시체처럼 죽은 듯이 소파에 드러누워 먹지도 않고 TV 채널만 돌린다. 어느 한 프로에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채널을 돌리며 CCTV처럼 근황만 파악한다. TV를 본다기보다 TV를 곁에 두고 넋을 놓고 있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인터넷을 하지만 무엇 하나 관심을 기울여 읽지 않는다. 시찰나온 사람처럼 대충 훑어보고 심드렁하게 돌아눕는다. 완전히 심취해 본 적 없고 깊이 몰입해 본 적 없다. 하루 종일 일에 쫓겨 허둥지둥 정신없이 보내고, 어쩌다 한가해져도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때운다. 톨게이트 거스름돈은 꼭꼭 챙기면서 지금 덧없이 흘러가고 있는 금쪽같은 시간은 챙기지 않는다.
인생은 일회용이다. 일회용은 다시 쓰면 추하다. 일회용 종이컵도 그렇고, 일회용 비닐장갑도 그렇다. 인생도 일회용이라 다시 되돌리지도 못하고 다시 되돌려도 추하다. 여름에는 가을을 그리워하고 겨울에는 봄에 하자고 미루는 것은 일회용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고 다가올 미래를 기약하면서 황금보다 소중한 지금은 놓치는 것이다.
1년 후 환율에 따라 수포로 돌아갈지 모르는 해외여행 계획만 세우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의 여가시간을 소중하게 가꾸자. 큰 맘먹고 돈들여 떠난 응급진정제 같은 일탈보다 작지만 매일 자력으로 몰입한 여가활동이 더 나를 회복시킨다. 덧없고 허무한 세월은 그 시간을 영위한 사람에 따라 알차고 보람 있을 수도 있다. 오늘을 덧없이 보낸 만큼 삶은 허무해진다. 영화 빠삐용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살인죄보다 더 큰 죄는 인생을 낭비한 죄, 젊음을 방탕하게 흘려보낸 죄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가장 중죄다.” 앞으로 남은 자기 생애에 가장 젊은 날은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