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바쁘다. 소득공제 영수증도 챙겨야 하고 신년 달력도 구해야 한다. 소원하던 친구들과도 송년회 모임을 잡고 뜸하던 친지에게도 안부를 전한다. 연말 보너스를 기대하며 들뜨고, 캐럴이 울려퍼져서 들뜬다. 연말에는 이웃도 챙겨야 하지만 자기도 챙겨야 한다. 새삼스럽게 연말이라고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지만 1년 내내 특별히 심기일전하는 시기를 잡지 못했다면 연말이 참 명분 있다.
간디는 일주일에 하루 침묵을 실천하며 자신을 돌아보았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도 않으며 정기적으로 명상을 하고 물레를 돌리고 책을 읽었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는 누구인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나?’ ‘내가 진정 추구하고 싶었던 모습으로 살고 있나?’를 되짚으며 살아온 삶의 자취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간디처럼 일주일에 한 번은 고사하고라도 1년에 한 번은 이런 매김질의 시간이 필요하다.
연말은 그동안 삶의 결정들을 재평가하고 내 삶을 재고하는 시기다. 수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기간이다. 밀려 살고 버티며 살아왔던 1년을 돌아보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시기다. 그래야 자신의 길을 잃지 않는다. 플래너 속지를 갈아 끼우듯 내면을 정화시키고 벽에 달력을 바꾸어 달 듯 나를 올바로 세우자.
연말은 새로운 삶으로 걸어 들어가는 문이다. 되돌아보는 일이 1년간의 영수증 챙기는 일뿐이고, 내다보는 일이 신년 달력의 공휴일을 셈하는 일뿐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의 과거는 지금의 처지로 유추할 수 있고 우리의 미래는 지금의 행동으로 예측할 수 있다. 고비마다 다짐하고 때마다 꿈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