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벤처스가 벤처 기업에 대한 초기 심사제도를 대폭 간소화했다. 투자를 담당하는 심사역이 임원 한 사람의 동의만 얻으면 즉시 투자할 수 있다고 한다. 투자 심사과정에서 투자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만장일치나 반수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창업초기부터 마케팅 성과와 각종 서류를 요구하는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투자관행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 기회에 창업초기 벤처기업을 마치 성장궤도에 올라간 기업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현행 투자 관행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초기에 과감하고, 적시에 이뤄져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기술과 아이디어, 마케팅 전략 등을 평가하고 투자를 통해 창업기업이 성장궤도에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벤처캐피털 투자 전략의 핵심이다. 벤처캐피털은 창업 기업에 대한 기술과 경영 관련 보완책을 만들어 창업기업 성공적인 연착륙을 돕는 그야말로 ‘에인절’의 역할을 해야 한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이 같은 시도는 ‘안정’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기존 벤처 투자 생태계에 대한 체질변화를 요구하는 기업의 목소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2기 벤처 전성시대를 준비 중이다. 국민 소득 3만달러는 대기업의 힘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또 고용을 국가가 100% 책임질 수 없다. 그 몫은 전적으로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 벤처기업정책 성공 여부에 따라 현 정부와 국민이 갈망하는 초일류 국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 활성화에는 어느 정도 ‘붐’이 있어야 한다. 초기부터 자금줄을 죄고, 벤처기업을 하면 쪽박 찬다는 우려가 사회에 팽배해 있는 한 2기 벤처 전성시대는 오지 않는다. 지금은 투자 활성화에 나서는 시기다. 까다로운 평가보다 투자촉진책이 먼저다. 그 역할을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이 맡아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