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끌어온 유효경쟁에 대해 정부가 최소한 유무선을 거느린 통신그룹에 한해 ‘용도 폐기’를 선언했다. 통합 LG텔레콤의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다.
접속료 차등이나 번호이동시차제 등 지금까지 LG텔레콤이 KT·SK텔레콤 등 지배적 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적 우대를 받아 온 게 사실이다. 이 같은 유효경쟁 정책의 종료는 최소한 통신3사 간 ‘완전경쟁’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통신시장은 지각변동에 들어갔다.
◇유효경쟁 폐기수순 왜?=10년 전 출범 당시 극심한 누적적자로 통신사업의 존폐 기로에 섰던 LG텔레콤. 하지만 지금은 시장점유율이 13%로 확대됐다. LG 통신3사의 영업이익은 4300억원으로 커졌다. 그 나름의 노력도 있었지만 ‘유효경쟁’이라는 우산 속에 비교적 우대를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런 LG텔레콤이 합병법인으로 출범하는 만큼 더 이상의 보호는 필요없다는 게 방통위 측 시각이다. 지난 10월 LG그룹 통신 3사의 합병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당시, KT나 SK텔레콤의 첫 반응은 “차라리 잘됐다. 이제 비대칭 규제 운운은 못할 것 아니냐”였다. 그만큼 유효경쟁은 반LG텔레콤 진영에는 부담이었던 셈이다.
◇유효경쟁 정책은 신규사업자 위주로=당장 내년 접속료 산정 시부터 LG계 통신3사에 부여했던 각종 특혜를 줄이거나 없앤다는 게 방통위 방침이다.
14일 신용섭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LG 통신3사의) 시장점유율이 13%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며 “이제는 LG텔레콤이 아닌 신규사업자나 MVNO, 콘텐츠 사업자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따라서 LG텔레콤에 집중됐던 그간의 유효 경쟁정책은 제4통신 사업자나 MVNO 등 내년에 본격 등장할 후발 업체에 몰릴 전망이다.
◇업계 “예상했던 상황”=이번 LG 통신3사의 합병인가 조건과 관련, 당사자인 LG텔레콤을 비롯해 KT·SK텔레콤도 모두 비교적 만족한다는 반응이다. 다만 유효 경쟁정책 축소에는 LG와 다른 통신사업자 간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LG텔레콤 측은 “인가조건의 경우는 예상했던 수준이나 권고조건은 다소 부담”이라며 “막판에 일부 쟁점화됐던 초당 과금제는 방통위 권고대로 합병 법인에서 재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T텔레콤은 그러면서도 유효 경쟁정책 축소에 다소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합병이 된다 해도 기존 양강에 버금가는 수준은 아니다’”면서 “통신사업은 선·후발 사업자 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정책 당국도 인정하는 만큼 향후 합리적인 정책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T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정위의 의견에 이어, 방통위에서도 스마트그리드 분야 경쟁 환경 조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향후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별도 성명서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SK텔레콤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경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솔직히 인가조건은 성에 안 찬다”면서도 “하지만 막판에 방통위가 ‘유효경쟁 정책 종료’를 선언해줘 더 이상의 반발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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