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하드드라이브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품위(Dignity)’를 공격하는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에서 사람들의 계정을 해킹해 친구나 지인들에게 망신스러운 메시지를 발송하는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메시지들은 지능지수(I.Q.)를 높이는 법이나 돈 버는 법, 괴상한 비디오를 보라고 권유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계정 소유자들의 점잖은 체면을 손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PR회사 직원인 매트 마케스는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한 뒤 지인들에게 여성 란제리 메이커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500달러짜리 선물카드를 권유하는 것 같은 메시지가 자신의 계정으로부터 발송됐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마케스는 한 지인으로부터 이에 관해 문의하는 이메일을 받고 자기 계정에 접속해본 뒤에야 자신이 지난 5일간 란제리를 판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케스는 “사람들이 지금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개탄했다.
이스라엘의 컴퓨터 개발업자인 아디 아브는 평소 재미있는 인터넷 콘텐츠를 발굴해내곤 하던 친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옷을 조금만 입은’ 여성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옆에 있는 ’더 보기’를 클릭했다.
그러자 이 사진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게재됐고 친구 350명에게도 발송됐다.
그는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내 페이지에서 같은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웹보안 업체인 소포스(Sophos)의 직원 체트 위스뉴스키는 “사람들은 보통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혼자서 바이러스를 치료하면 그만이다. 이런 경우 전세계에 뿌려지진 않는다”면서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의 경우엔 몇 초만에 모든 사람에게 전송되고 나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