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 간다. 내가 설사 좀 지겨워지더라도 머물러줄 줄 알았던 친구가 아무런 미련없이 훌쩍 떠나버린 느낌이다. 2010년이 온다. 갑자기 문 열어서 훅 들이닥친 바람처럼 느닷없다. 화살 같고 총알 같고 제트기 같다. 인생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단다. 30대는 시속 30㎞로 가고, 50대는 50㎞로 간단다. 점점 빨라지고 점점 무상해진다. 세월은 늠름한 청년을 빼앗고 등 굽은 노년을 주었다. 세월은 맥박이 뛰던 관자놀이에 흰서리를 뿌렸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이 소중하다. 빨리 가니 잘 누려야 하고 다시 오지 않으니 제대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사라질수 있음을 깨달아야 그것을 사랑하게 된다.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미래를 ‘창출’하는 것이고 시간을 붙잡는 방법은 오늘을 늘려 사는 방법뿐이다.
문은 들어가기 위해 만들었나, 나가기 위해 만들었나. 문은 들고 나기 위해 만들었다. 연말은 끝인가, 시작인가. 연말은 끝과 시작의 교차로다. 드나들기 위해 만든 문처럼 삶도 순간순간이 마무리이자 시작이다. 잘 갈무리하고 잘 맞이하자. 2009년의 삶에서 건져올린 지혜로 2010년에게 약속하면 2009년은 2010년의 밑거름이 된다.
가는 세월을 아쉬워 하느니, 오는 시간을 활용하자. 악마달력에는 ‘내일(tomorrow)’이라고 적혀 있고 천사달력에는 ‘지금( just now)’이라고 적혀 있다. 톨스토이는 1년을 마무리할 때에 최상의 행복은 연초 때의 자신보다 나아졌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를 아쉬워하느니 내년을 기약하며 오늘을 살자. 인생의 길이는 내가 조절할 수 없지만 인생의 깊이는 내가 조절할 수 있다. 굳건한 나무가 여릿한 나물이 될 수도 있고 여릿하던 나물이 성큼 나무가 될 수도 있다. 다 나 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