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가늠자 위에 시스코시스템스를 올렸다. 스리콤을 탄약으로 삼아 시스코가 지배하는 통신망 장비 시장을 공격할 태세다. HP가 스리콤을 내세워 시스코의 텃밭을 노리면서 두 회사간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HP가 내년에 통신망 장비 사업 투자를 늘려 시스코에 도전한다고 전했다.
마리우스 하스 HP 네트워킹부문장은 이날 “HP가 (통신망 장비)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며 “(사업) 성공을 위한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HP는 내년에 통신망 장비 영업사원을 확충한 뒤 팔아야 할 몫(quotas)을 지정할 계획이다. 27억달러(약 3조1300억원)를 들여 인수할 스리콤은 시스코 공략을 위한 탄약으로 삼기로 했다.
시스코는 올 상반기 지역(local-area) 통신망 스위치 시장의 76%를 점유했으나 HP·스리콤은 1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강력한 시스코의 통신망 스위치 시장 지배력은 HP의 도전에 회의적 시각을 더했다. 지난해 통신망 장비사업 부문을 설치했을 때에도 사내에서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는 게 마리우스 하스 부문장의 전언이다. HP가 스리콤을 앞세워 시스코의 아성을 약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HP는 기업용 서버에 시스코의 통신망 장비를 곁들여 팔았다. 시스코도 통신망 장비를 팔면서 HP의 컴퓨팅 서버를 함께 제공했으나 올 초 데이터 센터용 서버를 내놓은 데 이어 EMC·VM웨어와 함께 스토리지까지 한 꾸러미로 묶어내면서 HP의 텃밭에 발을 들였다. 당장 컴퓨터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려는 기업을 둘러싼 HP와 시스코의 고객확보 경쟁이 뜨거워지게 됐다.
프로스트&설리번의 기술시장분석가 로날드 그루야는 “HP와 시스코 간 경쟁이 제품 가격을 크게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