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kr` 도메인 정부마저 외면

 지난달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 서울연례회의에서 ‘한글.한글’ 등의 형태로 된 자국어를 도메인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통과되면서 한글도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지난 2003년 도입한 ‘한글.kr’ 형태의 한글도메인 사용은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국민의 인터넷 이용편의를 위해 도입한 한글.kr를 정부부처마저 외면하고 있다.

 16일 전자신문이 정부 조직 15부 2청을 조사한 결과 한글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는 부처는 법무부·국방부·노동부·방통위 4개 부처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 나머지 12개부와 2개 청은 영문 약자를 도메인으로 사용했다.

 한글도메인 도입을 위한 정책개발과 시스템 구축 등에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정부부터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셈이다.

 이들 부처는 대부분 영어 약자를 도메인으로 사용해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손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한글 도메인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가족부 3개 부처의 한글 도메인은 개인이 등록해 자신의 카페로 연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경찰서, 지방행정기관 등 실제로 국민이 많이 찾는 곳도 대부분 한글 도메인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글 도메인에 대한 무관심은 실제 등록건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글.kr 도메인은 도입 초기 60만건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현재는 4분의 1 수준인 17만여건에 그쳤다.

 강혜영 한국인터넷진흥원 도메인팀장은 “한글.kr 도메인은 완전한 한글 도메인으로 가는 중간단계로, 현재는 이용이 주는 추세”라면서 “하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한글.한글 형태의 완전한 한글 도메인이 도입되면 한글 인터넷 주소활용이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