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글 도메인` 정부부터 솔선하라

 지난 8월 인도네시아의 소수부족인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언어로 삼아 화제가 됐다. 내년 10월 중국 옌지시에 들어설 테마파크는 한글을 테마로 디자인된다. 우리 민족 최대 발명품 중 하나인 한글의 국제적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 사례다.

 사이버세상에서도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달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 서울연례회의에서 ‘한글.한글’ 등의 형태로 된 자국어를 도메인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통과됐다.

 반면에 국내 인터넷 세상에서는 한글이 천대받고 있다. 본지가 정부 조직 15부 2청을 조사한 결과 한글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는 부처는 법무부·국방부·노동부 3개에 불과했다. 국무총리실과 나머지 12개 부, 2개 청은 영문 약자를 도메인으로 사용한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가족부의 3개 부처는 한글 도메인을 개인이 등록해 어처구니없게 자신의 카페로 연결해 놓았다.

 정부는 지난 2003년 한글도메인 도입을 위해 정책 개발과 시스템 구축에 세금을 투입했다. 인터넷 세상의 주권을 지키자는 사회적 흐름과 맞물려 당시 한글 도메인은 큰 관심을 끌었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손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한글 도메인 도입 취지도 많은 네티즌에게 환영을 받았다.

 6년이 지난 지금, 한글 도메인은 정부 부처조차 외면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한글 도메인 등록건수는 도입 초기 60만건 이상에서 현재는 4분의 1 수준인 약 17만건으로 떨어졌다.

 세금까지 쏟으면서 모처럼 만든 한글도메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대목이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우리 문화의 핵심이다. 문화 주권을 잃으면 국가의 정체성이 사라진다. 사이버 세상에도 한글의 가치는 그대로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