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 타임은 16일 올해의 인물로 벤 버냉키(56)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회 의장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날 인터넷판에서 ‘독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버냉키 의장은 지난 30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아 대공황 당시 Fed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오히려 돈의 공급을 대폭 늘리고, 은행의 파산을 막으면서 경제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낸 ‘유능한 은행가’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리처드 스텐겔 편집장은 “버냉키 의장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속에서 미국을 구하기 위해 전개해온 각종 노력을 인정해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면서 “특히 대공황 전문가인 그는 또 다른 대공황과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려는 것을 보고 이를 막기위한 다양한 대책들을 시행해 미국 경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지난 1927년부터 실시된 타임의 올해의 인물 선정에 Fed 의장이 선정된 것은 버냉키 의장이 처음이며, 작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정됐다.
타임의 올해의 인물 후보군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애플사의 최고 경영자인 스티브 잡스,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나토군 사령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세계 육상의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 그리고 갈수록 영향력이 늘고 있는 중국 노동자 등이 올랐었다.
타임은 앞서 올해의 10대 뉴스로 미국을 강타한 경제위기를 첫번째로 꼽은 바 있어 버냉키 의장의 올해의 인물 선정과 함께 올해의 최대화두는 경기침체임을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금융위기의 초동단계에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 등 여러 비판을 받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
이에 대해 버냉키 의장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알지못했고,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밝힌뒤 ‘부실은행과 고액연봉을 받는 금융기관 경영진들을 보호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어 대형 금융기관일수록 무너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대마불사’ 관행은 있어서는 안되지만 은행을 구제하지 않을 경우 수백만명의 삶을 무너뜨릴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해야 한다면서 금융시스템과 경제는 크게 다르지만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면 경제도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의 개인적 스타일에 대해 타임은 Fed의장답지 않게 매우 수줍어하는 스타일로 사교계에도 잘 나타나지 않고, 집에서 부인과 식사하는 것을 즐기는 등 워싱턴 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워 브로커가 아니라 소박한 스타일이지만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세상물정 모르는 인물일 것이라고 평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8월말 내년초 임기가 만료되는 벤 버냉키 의장을 재지명했고, 상원 은행위원회는 오는 17일 재임 인준 동의안 표결을 할 계획이다. 버냉키 의장은 현재 몇몇 의원들로부터 거센 연임 반대에 직면해 있지만, 무난히 재임인준안 표결을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버냉키 의장은 4년전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공화당원으로 내년 1월31일 현 4년 임기가 만료된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아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인하하고 1조 달러 상당의 구제 금융을 투입해 베어 스턴스와 AIG 등 대형 금융기관의 회생을 주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