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결국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불공정 거래 혐의로 피소됐다. AMD에 12억5000만달러(약 1조4600억원)를 주고 소송을 취하했지만 규제 당국의 제재는 별개라는 주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각) FTC가 인텔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행정법원에 제소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자들을 압박하고 독점을 확대했다는 명목이다.
FTC의 이번 제소는 EU, 일본, 한국에 이어 각국의 규제 당국이 나선 네번째 사례로 , 인텔은 앞선 국가에서 수십억달러의 과징금 등을 처분받았다.
리처드 파인스타인 FTC 경쟁담당 국장은 “인텔은 마이크로칩 판매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악용해 경쟁자들의 시장진입을 가로막았다”면서 “공정경쟁 원칙과 경쟁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제소한다”고 밝혔다. 인텔은 현재 CPU 시장에서 80%의 점유율로 시장지배적 위치를 갖고 있다. 그는 또 “인텔의 행위는 경쟁사뿐만 아니라 델이나 HP 등 협력사에도 피해를 끼치고 나아가 소비자들의 권리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FTC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인텔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인텔은 끼워 팔기를 통해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도 엔비디아와 불공정 거래 행위로 소송을 진행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유죄로 판명될 경우 인텔은 역대 최고 벌금액을 경신하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은 지난 5월 EU경쟁당국으로부터 불공정 거래 혐의로 역대 최고액인 10억6000만유로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6월 인텔에 대해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일본은 지난 2005년 3월 인텔의 불공정거래혐의를 적발하고 시정 조치를 내렸다.
인텔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동안 공정하고 합법적인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돌려줬다”면서 “FTC의 이번 제소는 혁신을 저해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