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종시 원안대로 행정기관을 분산할 경우에 행정 비효율 비용이 연간 최대 5조원에 달하고, 여기에 통일 뒤 중앙행정기관 재이전 비용까지 합하면 앞으로 20년 동안 100조원 이상 비용이 들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하고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할 때는 반드시 통일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장기 비전을 수립할 때는 통일에 대비해야만 한다. 그런데 정부 정책에는 통일에 대비한 정책이 많지 않은 것 같다. 통일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단비용과 통일비용을 잘 계산해야 하며 통일편익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분단비용은 통일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호 대립과 불신으로 인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말하며, 체제 유지를 위한 군사비와 안보비용이 이에 해당한다. 통일비용이란 이데올로기에 의해 분리됐던 두 체제를 통합한 후 일정 기간(보통 10년 또는 5년) 내에 양쪽의 경제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 또는 투자해야 할 비용을 말한다. 즉,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통일될 때까지 ‘분단비용’을, 통일 후에는 ‘통일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 그리고 통일 이후의 이익을 ‘통일편익’이라고 한다.
독일의 통일비용은 처음에는 1조마르크를 예상했지만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포함해 2조마르크(950조원)가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통일비용은 국내외 여러 학자들이 오래 전에 연구한 자료들이 있는데 정치·경제 상황이 많이 바뀐 최근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2005년에 미국의 랜드연구소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남북한이 통일되면 통일비용은 최소 500억달러(약 50조원)에서 최대 67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때 연구소는 ‘통일비용’의 개념을 ‘통일 4∼5년 내에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을 2배로 증대시키는 데 드는 비용’으로 정의했다.
통일비용에 관한 국내의 최근 연구를 보면, 올해 8월 조세연구원은 남북한이 독일식의 급격한 통일을 이루게 되면 남한의 재정 부담이 충격적인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당장 2011년에 통일이 된다고 가정하면 10년여간 매년 남한 국내총생산(GDP)의 12%가량(2008년 GDP 기준 122조원)에 해당하는 추가 재정을 통일비용으로 투입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신창민 한우리연구원 이사장은 북측 1인당 소득이 남측의 절반수준에 이르는 데 필요한 기간을 10년으로 설정하고, 2015년 통일 시에는 향후 10년간 8577억달러, 2020년 통일 시에는 9912억달러, 2025년 통일 시에는 1조1589억달러, 2030년 통일시에는 1조3227억원이 소요된다고 2007년에 밝힌 바 있다.
기존에 통일비용에 관한 연구가 많았지만 시일이 오래 경과하면 새롭게 다시 연구를 해야만 한다. 정부 당국에서는 분단비용과 통일비용 및 통일편익 산출 및 재원 마련 등의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되도록 지원해야 하며, 연구 결과를 통일 정책 및 정부 장기 정책에 반영함은 물론이고 대국민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통일비용 부담 때문에 통일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통일비용보다 통일편익이 더 크다는 것을 수치로 제시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ebiztop@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