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8일, KT를 통해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됐다. 발매 일주일 만에 전체 판매 단말 가운데 10.2%를 기록하며 단숨에 1위에 올랐고, 열흘 만에 10만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 수급의 어려움으로 실제 구매 의사가 있는 고객들의 대기수요가 있는 만큼 아이폰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게 됐다.
해외에서는 2년 전에 시작된 아이폰의 열기를 이제서야 느낄 수 있는 것에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아이폰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열기를 잠시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열기로 사용자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국내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도출됐던 국내 모바일 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 위피(WIPI) 탑재 의무화, 위치정보 사업자 허가 문제, 국가정보원과 국토해양부의 GPS 좌표 표시 문제, 아이폰 특혜 논란, KT의 개통 지연 문제, 게임물등급심의제 등은 지금까지의 국내 무선 인터넷 산업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규제 일변도였으며, 사업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움직여 왔는지를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논의하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이폰이 만들어낸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은 ‘아이폰’에만 머물고 끝날 것이다. 이는 아이폰을 도입할 때만큼이나 사용자의 힘과 전문가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국내 개발사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앱스토어가 성공하면서 국내 시장에 갇혀 있던 많은 개발업체와 1인 개발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해외의 능력있고 아이디어 넘치는 제품들과 국내에서도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보다 일찍 아이폰·블랙베리·안드로이드 등의 스마트폰을 경험해 본 해외 개발사의 제품은 워낙 다양하고, 국내에서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시장이 열렸다고 해서 당장 앱스토어에 진출하기보다는 조금은 냉정하게 판단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기획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서비스 사업자는 본격적인 모바일웹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해외는 모바일웹이 애플리케이션 못지않게 발달해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는 몇몇 포털을 제외하면 애플리케이션에 치중돼 있다. 모바일웹 환경에 소극적인 것은 모바일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너무 미미하고 아직 시장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변화하고 있다. 아이폰 출시 이후, 포털들의 모바일웹 페이지 트래픽은 10∼20% 상승했고, ‘사파리 브라우저’로 접속하는 비율이 또한 매우 높아지고 있다.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사용이 늘어날수록 모바일웹 사용은 매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는 사용할 수 있는 웹서비스가 매우 한정적이다. 사업자는 사이트를 가볍게 하고, 웹표준을 준수하며 ActiveX와 Flash를 지양해야 모바일웹 트래픽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전 사원에게 아이폰을 포함한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기업체와 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IT와 무관한 기업이나 정치단체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까지의 사용자의 요구가 없던 것이 아니고, 마땅한 디바이스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에코시스템이 부재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김승열 다음커뮤니케이션 차장/mobizen@mobizen.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