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전략에 감탄하면서도 ’감당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도 들었습니다.”
NHN 이 람 포털전략팀 이사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웹 콘퍼런스에 다녀온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같은 우려는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로 무장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라는 장거리 폭격기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한국 시장에 둘 비중에 따라 몇 대의 폭격기를 보낼지 알 수 없지만, 내년 초면 국내 상공에 등장한다.
더구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채 제조사들이 내놓을 스마트폰에는 구글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깔린다. 애플 앱스토어보다 전문 개발자들로부터 더욱 환영을 받는 안드로이드 마켓도 함께 상륙한다.
여기에 국내에서 아이폰이 뒤늦게 불을 지핀 스마트폰 열풍은 내년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2일 “이미 아이폰으로 모바일 서비스 시장이 출렁이면서 국내 모바일 서비스사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공습’, 포털 불안 속 자신감=내년 초 출시될 한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의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 검색, 보이스 검색, 주소록, 캘린더, 지도, 싱크 등이 메인 화면에 깔려 나올 예정이다. 이는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조건이다.
구글 서비스가 메인 화면에 깔린다면 이용자들은 초반 무심코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유사한 국내 서비스들을 이용하려면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내려받아 사용해야 하는 다소간의 불편함이 따른다.
이를 통한 경쟁은 모바일 서비스 시장에서 최대 승부처다. 애플리케이션 마켓을 통한 수익 경쟁도 모바일 서비스 경쟁의 한 축이지만, 포털 등 서비스사가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들은 체류시간이 긴 데다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될 확률이 높아서다.
현재로서는 포털 등 국내 모바일 서비스사들의 기득권이 사라지는 구조다. 되려 구글과의 불공정 경쟁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포털이 긴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도 포털은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올해 포털도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빅뱅’을 대비해 꾸준히 준비해온 탓이다.
다음과 네이트 등은 네이버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구글의 그림자에 좀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음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아직 열렸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른 포털보다 빨리 준비했던 다음으로선 위기보다 기회”라며, 네이트 관계자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강력한 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의 경우 모바일 서비스 시장을 노려 올해 초 실제 거리 사진 서비스인 ’로드뷰’를 시작했다. 현재 다음은 아이폰으로 로드뷰를 이용해 길찾기를 하는 TV 광고를 내보낼 정도로 로드뷰를 밀고 있다.
네이트는 각각 2천500만명 전후인 싸이월드와 네이트온 가입자가 기본 무기다. 이미 해외에서는 모바일 서비스에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SK텔레콤이라는 든든한 ’형님’이 있다.
네이버의 긴장도가 두 포털에 비해 높은 인상이지만, 준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역시 포털 1위 사업자만큼 내부적으로는 송곳을 감추고 있는 모습이 엿보인다.
이 람 이사는 “OS에 (구글 서비스가) 깔려있다 해도, 결국 서비스와 검색 결과의 질에서 판가름이 난다”면서 “반드시 한국 웹과 모바일 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경쟁에 맞닥뜨린 현재 환경을 타개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모바일 서비스에서 이용자의 필수 이용 서비스로, 올해 차근차근 마련한 N드라이브, 주소록 등 개인화 환경에서 두 포털에 비해 앞서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내년에는 올해 내놓은 서비스들을 모바일 검색 영역으로 수렴시키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결국 ’안드로이드 폭격기’를 정조준하면서 이용자의 선택을 받느냐가 주요 포털 간의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이통사.제조사.포털 간 합종연횡 일어날까=일각에서는 국내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미래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SKT의 T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이 2천여개에 내려받기가 100만건을 돌파했지만, 과연 OS를 가진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플리케이션 마켓에 대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개발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OS인 바다가 후발 주자임에도 글로벌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활로를 찾느냐가 관전 포인트”라며 “국내에서도 글로벌 추세에 따라 장기적으로 글로벌 제조사 및 서비스사들의 마켓 간 경쟁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결국 국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도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서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제조사의 경우 단말기와 OS, 서비스를 편대로 구성해 침투하는 애플과 구글 등에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더구나 구글과 애플은 음악 서비스와 지도, 지역 정보 회사 등을 경쟁적으로 인수하며 서비스 부문에 대한 강화를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제조사와 이통사, 포털 등 서비스사 간에 제휴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국내 제조사들은 포털에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을 서둘러 출시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털 등 국내 서비스사 입장에서도 안드로이드폰에 구글 서비스 외에 자사 서비스가 깔려 출시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휴를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SKT가 네이트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면, KT와 LG텔레콤이 네이버, 다음과의 제휴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러나 제휴가 이뤄진다고 해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제조사, 서비스사 간의 합종연횡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오래갈 모델은 아니다”라며 “제휴를 통한 서비스 선탑재 보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선택하느냐가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고, 폐쇄형인 애플리케이션 마켓도 개방화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모바일 서비스 시장에 ’빅뱅’이 시작되는 만큼 온갖 상상력이 가동되는 시점”이라며 “모바일 서비스 분야는 거대회사 간의 싸움도 지켜봐야 하지만 웹과 달리 군소 콘텐츠사와 개인 개발자들이 약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만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