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소프트웨어(SW)산업의 육성·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국가계약법령에 SW 분리발주 근거를 마련하고 행정기관의 SW 분리발주 의무적용률을 2012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며 관련 SW 품목도 50종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법제화돼 있는 정보통신공사·전기공사·SW, 건축폐기물처리용역 분야 외에 소방시설공사·기계설비공사·환경전문공사업 분야에서 분리발주 제도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지난 8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향후 보금자리주택 시행 시 전문건설업체들에 직접 발주 시공하는 직할시공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분리발주제도를 통해 관련 산업 육성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분리발주제도 도입은 정보통신공사업이 효시다. 1971년 정보통신공사업법(당시 전신전화설비공사업법) 제정 시 마련돼 현재까지 39년간 지켜지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제도적 근간이 됐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제도로써 정보통신시공기술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IT 인프라의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
분리발주의 유용성은 해외 사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분리발주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여러 나라 중 기술 독립성이 확고한 독일과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갖고 있는 일본에서는 분리발주제도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시행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의 보호·육성과 관련 전문기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분리발주를 제도화하거나 당연시하는 문화가 확산돼 있다.
다민족으로 구성돼 있는 미국에서는 분리발주제도의 유용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으며 최근 펜실베이니아주 교육청은 분리발주의 공공적 효용성을 검토한 결과(2008년 10월∼2009년 2월) 분리발주가 통합발주에 비해 발주자에게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 밖에도 미국 베커 교수의 연구, 일본 건설경제연구소 등 다양한 실증연구자료 역시 분리발주가 통합발주에 비해 5∼15%의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입증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분리발주는 통합발주에 비해 공사비가 절약됨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국가경쟁력 제고 및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에 기여하는 등 사회적·경제적 효용성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 분야는 그 기술이 날로 첨단화·지능화되고 있고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기술집약적 산업의 특성을 갖고 있다. 반면에 건설 분야는 노동 집약적이며 급속한 변화를 나타내지 않는다. 학문·기술적으로도 전혀 다른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발주자의 선택권, 공정관리 및 하자 책임 등을 이유로 정보통신 분야와 건설 분야의 통합발주를 주장하고 있다. IT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정보통신공사 분야가 건설 분야와 통합 발주될 경우 저가·일괄하도급 등 잘못된 하도급 관행에 젖어 있는 건설시스템으로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집약적 산업특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또 IT인프라의 품질 저하를 불러올 것이며, 이러한 결과는 국가적인 IT 경쟁력까지 저하시킬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부활할 수 있도록 분리발주제도와 같이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는 제도를 활성화하고, 관련 산업에 대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위해 정부가 부단히 노력해 줄 것을 주문한다. 특히, 통신서비스·콘텐츠·장비 분야에 치우쳐 있는 정부의 지원정책을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공사업 분야까지 확대해 IT산업 전체를 균형있게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김일수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tera4667@korne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