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세종시 정책의 후회와 잘못에 대해 언급한 후 거의 한 달 만인 22일 대덕을 찾아 다시 한번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골자는 세종시 수정에 관한 당위성 강조다. 정부가 성의껏 수정안을 만들어 내놔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 방문 전에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와 정운찬 총리 등은 계란 세례를 마다않고 현장을 찾아 주민을 설득하고 과학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정부는 내년 1월 11일까지 세종시 해법을 내놓을 예정이다. 요체는 행정복합중심도시, 즉 9부 2처 2청 이전 대신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과 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다. 모델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나 독일 작센주의 주도, 드레스덴을 거론한다. 대덕특구와 세종시-충북 오송, 오창을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한국형 트라이앵글을 만들겠다는 것.
그러나 세종시가 과학비즈니스벨트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도시생태 요건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대덕이 해외기관 유치에 심혈을 기울일 때 비관론자들은 이런 말을 했다. “왜 다국적 기업의 연구소 이전이 공항과도 먼 대덕이어야 하느냐. 공항이 머리 숙이면 닿을 인천 송도가 더 좋지 않나, 나아가 인천 송도보다 일본이나 중국, 동남아 거기도 아니면 다국적기업 본사가 있는 곳은 또 어떤가.”
단순한 효율성만으로 따진다면 한국까지 와야 할 이유가 없지만 잠재성과 미래 시장, 테스트베드의 역할 등 무형적인 측면에선 가능하다는 답이 나온다. 당장 오늘만 사업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족기능을 말할 때 과학벨트에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산·학·연·관 협력이다. 3000명이 머무르는 기초과학연구원이라는 거대기관의 입주만이 능사가 아니다. 아예 한 세트로 만들어 놓는 것도 방법이다.
과학을 올바르게 이끌 최소한의 정부부처로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인근에 있으며, 이를 공동연구할 대학과 상용화할 기업이 지척에 있다면 금상첨화다.
30년 전 허허벌판에 조성했던 대덕연구단지가 시사하는 것도 염두에 둘 만하다. 처음엔 연구기능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기술사업화 모델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선진 과학국으로서 발돋움이 가능한지 대대적으로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기실 과학기술인들은 세종시에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서는 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개인적으로는 세종시 원안 찬성, 과학기술자의 입장에선 수정론 찬성 입장을 내놓는다. 개인적인 세종시 원안 찬성은 아마도 현재 표출된 지역 정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책을 때에 따라 뒤집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속담도 있듯 대통령 임기 동안엔 정치를 믿고 맡기는 것도 좋다. 다만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즐겨 이야기하는 모토대로 ‘고객은 답을 알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실용정부의 ‘중산층을 두텁게, 서민을 따뜻하게’ 라는 국정기조에 공감한다. 과학계도 똑같은 주문을 한다. ‘기초과학을 두텁게, 과학기술자를 따뜻하게.’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