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대폰에 암유발 경고문구 부착 의무화

미국에서 휴대폰에 뇌종양 위험 경고문구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AP는 미국 메인주의 안드레아 보랜드 민주당 하원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휴대폰 암유발 경고문구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새해 1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22일 보도했다.

‘보랜드 법안’에 따르면 휴대폰 제조사들은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뇌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문구를 겉포장과 라벨 등에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 경고문구에는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 등이 휴대폰 사용시 머리와 몸에서 최대한 거리를 유지해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 휴대폰을 사용 중인 어린이의 뇌 모습을 그림으로 묘사해 경고의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보랜드 의원은 “다양한 연구결과에서 휴대폰의 전파와 뇌종양 간의 상관관계가 언급되고 있지만 그 위험성은 간과되고 있다”며 “당 지도부를 설득해 내년 정기국회에서 경고문구 부착을 관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메인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개빈 뉴섬 시장도 휴대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 부착 의무화를 시사한 바 있다. 유럽의회 역시 최근 휴대폰 사용이 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과 산업계에서는 휴대폰의 위험성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뇌종양을 유발한다는 장기 연구 결과도 없을 뿐 아니라 다양한 암 유발의 원인을 휴대폰에 한정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이다. 산업계는 제품 출시 전 전자파 유발 정도를 다각적인 방법으로 측정하고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도 “휴대폰이 암 유발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들은 적지않은 모순점을 안고 있다”며 “시간을 두고 좀 더 정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로널드 허버만 피츠버그대학 암연구센터 명예교수는 “어린이들의 뇌 세포는 전자파에 취약하므로 휴대폰을 사용해서는 안되고, 어른들도 무선헤드셋이나 이어폰 등으로 휴대폰을 몸에서 최대한 떨어뜨려야 한다”며 휴대폰 전자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등 의학계 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