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는 대한민국 온 국토가 4대 강 사업, 스마트그리드, u시티 등으로 뜨거웠다. 정부도 한발 앞서 기업의 신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독려하고 있다. 심지어 1억달러 이상의 수출 콘텐츠를 30개 이상 만들겠다는 의욕적인 청사진도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 주변환경은 그다지 여유가 없다. 중국의 성장세는 시장규모로 한국을 앞선 지 오래며, 산업적 기술격차도 3년 내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도 한국 상품 분석을 마치고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과거의 형태와 달리 사전예측과 선제대응이 중요하다. 이미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이 같은 선제대응의 중요성이 절실해졌다. 노키아·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 등도 이미 4년 전부터 이 같은 상황을 예측했지만 대응에 실패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객과 외부 전문가들을 기업의 친구로 만들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콘텐츠 시장 확산, 무선데이터 요금체계의 변화를 통한 개방형 체제로의 전환이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그것만이 이동통신 서비스 경쟁력을 살리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 목소리를 도외시한 결과 한국은 가장 앞선 통신네트워크를 보유하고도, 2년이나 뒤처져 통신서비스 개방형 체제를 맞는 환경에 처했다. 이제 내년 초 구글의 안드로이드 폰이 나오면 오픈 모바일시장 변혁이 더욱 가시화될 것이다. 산업 융합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상황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우리가 먼저 개발하고서도 규제제도가 개선되지 않아 놓친 대표적 산업이 방송미디어 산업과 의료 교육 산업이다. 이로 인한 국가적 기회비용 상실, 국민 생활불편과 외화유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식기반 융합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오픈(개방)’과 ‘케어링’이다. 이는 마케팅에서 기술개발 디자인 영역까지 모든 분야에 해당된다. 통신사업자는 휴대폰 사용자에게 아무리 비용이 많이 나와도 사전에 고객보호(케어링)를 위한 경고나 문자메시지하나 발신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서는 요금고지서에 비용 숫자만 크게 표시해 준다. 심지어 끼워 팔기 식으로 일부 서비스를 넣어 놓고 자동 갱신제공해 고객이 모르게 계속 비용을 지급하게 만든다. 이런 것을 오히려 히든마케팅이라 부르면서 고객에게 과잉요금을 징수하는 것을 새로운 마케팅 기법 정도로 여긴다.
건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신도시 건설 후 오히려 거주 주민은 여전히 생활비가 더든다. 인프라 구축비를 분양가에 넣어 발주함으로써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비용을 더 내고 있다. 잘 구축된 스마트 감시카메라 시스템은 불법주차료를 징수하는 데에만 활용된다. 신도시 주민들은 주민세나 벌금을 더 내는 것을 서비스라 여기지 않는다. 지자체는 쓰레기 투척이나 불법주차 시에 즉시 분명한 안내를 해주고 벌금을 더 내지 않도록 케어링하는 서비스는 왜 생각하지 않는가.
구글처럼 인프라 사용을 일반 시민에게 개방해 보라. 그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서비스와 수익 창출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물론 여러 안전장치가 잘 구비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단순한 사고 전환을 통해 실천이 가능하다. 업계는 이제 미래 성장동력 선결과제로서의 개방과 고객보호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IT융합 시대에 CEO와 기술개발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조위덕 아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유비쿼터스컨버전스연구소장/wdukec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