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최근 검색서비스 업계의 거인인 구글을 겨냥해 “뉴스 콘텐츠를 공짜로 이용하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나서자 전통적인 미디어산업과 검색서비스업체 간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광고수입의 급감으로 `존폐의 기로`에 처해 있는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계 입장에선 남들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활용해 돈을 벌고 있는 검색서비스 업체들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이런 저런 논리를 앞세워 검색서비스업체들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미 한쪽으로 쏠린 저울추를 되돌리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미국 IT조사업체인 컴스코어가 주요 검색사이트와 전통적인 미디어 사이트의 지난 11월 한달동안 순방문자,페이지뷰,체류시간 등을 분석한 결과 전세계 네티즌들은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보다는 검색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훨씬 더 많이 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는 구글 뉴스,야후 뉴스 등 검색 엔진에서 운영하는 뉴스 사이트들과 CNN,뉴욕타임즈,월스트리트저널 등 전통적인 매체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포함되었다.
조사 결과 지난 11월 한달동안 구글 뉴스의 순방문자수는 1억명으로 CNN(6천6백만명),뉴욕타임즈(계열 사이트 전부 포함,9천2백만명) 등 전통적인 매체를 앞질렀다. 루퍼트 머독의 주요 표적이 됐던 구글보다는 야후가 뉴스사이트에서 영향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도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야후 뉴스의 순방문자수는 1억3천8백만명으로,구글 뉴스를 오히려 앞섰다. 앞으로 머독이 검색서비스업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구글보다는 야후를 제1표적으로 삼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순위를 다시 정리해보면 야후 뉴스(1위),구글 뉴스(2위), 뉴욕 타임즈(3위), CNN(4위),중국의 QQ닷컴뉴스(5위,5천3백만명), BBC와 MSN 뉴스(6위,각각 4천8백만명) 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백80만명으로 한참 떨어져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업계에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들 순방문자 통계에는 구글 뉴스나 야후 뉴스가 아니라 검색을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빠져 있다. 구글이나 야후의 검색 서비스를 통해 미디어 사이트들을 접속하는 방문자까지 포함하면 검색사이트의 영향력을 더욱 막강해진다. 예컨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운영하는 닷컴 사이트인 WSJ.com의 순방문자 가운데 25% 가량이 구글을 거쳐 트래픽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히트와이즈’의 분석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 접속자 가운데 12%가 구글 뉴스를 통해, 그리고 15% 정도가 구글 검색을 통해 월스트리트 저널을 검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의 방문자 가운데 44%는 이 사이트에 처음으로 접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월스트리트저널 사이트를 인지하고, 이 사이트에 바로 접속하는 충성적인 독자 못지 않게 구글이나 야후 등 검색 엔진을 통해 유입되는 독자가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컴스코어의 이번 순방문자 통계를 보면 뉴스 브랜드의 가치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으며,검색서비스를 통한 뉴스구독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미디어 사이트들이 이번 통계수치에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번 컴스코어의 조사 결과 방문자 체류 시간은 전통적인 미디어 사이트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한달간 CNN사이트 방문자들은 뉴스를 보는데 20억분을 소비했으며,구글 뉴스사이트 방문자들은 8억4천만분을 소비했다. 페이지뷰는 CNN이 18억이고, 구글뉴스는 6억5천6백만이었다.
구글이나 야후는 세계 각 지역에 별도의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는데 비해 CNN이나 뉴욕타임즈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도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미국만 비교했을 경우 구글 뉴스의 순방문자수는 2천4백만명이며,CNN과 뉴욕타임즈는 각각 5천만명에 달했다. 특히 CNN은 지난 10월부터 순방문자수가 크게 증가해 주목된다. 같은 기간 야후뉴스는 4천4백만의 순방문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전통적인 미디어산업계에는 희망적인 통계수치다.
아무튼 이번 조사 결과는 전통적인 미디어산업이 인터넷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에 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뉴스 브랜드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어떻게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들과 소통해야하는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것 같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