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선진국보다 훨씬 늦게 출범한 우리의 방통융합체제가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출범 초기의 기초를 갖추는 데는 무난한 성과를 보여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은 반면에 융합체제에 따른 새로운 정책사각지대의 발생, 정책 준거 틀의 변환에 따른 혼돈, 기존의 수직적 구조로부터의 저항과 갈등이 점점 증폭돼 가는 것 등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앞으로 방통융합체제의 본격 가동을 통해 실질적인 컨버전스 효과를 이루어내기 위해 시급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과제와 해결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늦어도 새해 하반기까지는 통합방송통신발전기본법의 제정시행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겠다. 방통위가 출범하면서 2008년 하반기까지 제정 시행하겠다고 호기롭게 공언해 놓고도 1년이 경과한 현시점에서 통합법 문제는 국회핑계만 대면서 이렇다 할 진전이 없어 보인다.
방송통신기본법을 조속히 제정 시행하지 않고서는 진실한 의미의 융합체제가 도래했다고 할 수 없으며 분리체제가 지속되면 될수록 융합효과는 반감될 뿐 아니라 방송과 통신 두 부문 간의 대립 갈등이 증폭 가열돼 상처 치유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려면 현재의 방송법, 전기통신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3개 법안의 폐지를 전제로 해 최소한 방송과 통신의 서비스 및 사업에 관한 필수적 요소를 포함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서비스와 사업을 하나의 법안체계에서 규율해야만 비로소 수평적 규제의 틀이 마련되기 때문이며, 당초 계획과 같이 기본법만 우선 제정 시행하고 사업법관련사항을 뒤로 미루자는 것은 다분히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부정적 입장을 뒷받침해주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IT인프라에 대한 국가적 기능을 강화해 방통융합과 유비쿼터스 환경을 뒷받침해야 한다. 새로운 융합체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실현시켰지만 또 다른 사각지대의 발생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IT정체성이 모든 부문에 내재화(임베디드)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어느 특정 부서에서 전유물처럼 다룰 수가 없게 됐으나 그로 인해 한편으로는 그만큼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융합체제 이후 정부기능은 방통위원회 외에도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IT업무가 분산된 것 외에도 국토관리 업무와 관련해서는 국토해양부와 지방자치단체까지 가세해 IT영역에 대한 관할 다툼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위의 실행력 담보방안으로서 IT 인프라의 필수설비에 대한 중립조직화 방안의 적극 추진이 필요하다. 우리의 IT 인프라는 필수설비로 지정돼 있는 시내전화 시설이 대략 40조∼60조원에 달하는 규모로서 KT 완전민영화 이후 공적역할이 없어지고 사적재산으로 방임된 채 매년 이용이 줄어들고 적자만 늘어가는 매몰 시설화(sunk facilities)되고 있는 부문이다.
이 부문은 회계적으로나 법률적으로도 민영기업인 KT의 소유로서 이미 감가 처리돼 있는 것임에도 전국적인 유지관리를 위해 막대한 인력을 투입하고 있고 타 사업자로부터 보편적서비스에 대한 손실보전금을 받고 있는 실정이므로 사실상 일부분이나마 공적관리를 받고 있다고 규정지을 수 있다.
문제는 융합 환경에서는 사적재로 방임돼 있는 이 부문이 공공재로서의 역할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IT 인프라의 종합적 국가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으며, 미디어 발전과 u시티건설 등에 주도적 역할이 가능하며, 시내전화 부문의 매몰화 방지와 활성화를 도모하는 등 장래의 정보통신강국으로서의 위상확보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송용팔 한국방송통신학회 부회장·선진한국정책충북연구원 이사장 anjusam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