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가 진정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6∼5.5%로 내다보고 있는 등 경기전망이 밝다. 하지만 경기회복에 따라 시중에 풀린 과도한 유동자금을 회수하는 출구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한계기업 등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쏟아져 나와 이들의 기술력·영업 노하우 등이 무분별하게 사장되면, 자칫 어렵게 쌓아놓은 국가 경영자원의 손실이 우려된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사이에 중소기업은 285만개에서 297만개로 늘었지만 종업원 300∼999명의 중견기업은 오히려 2308개에서 2275개로 줄어드는 등 중소 벤처기업의 성장속도는 더딘 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중소벤처기업이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국가차원의 경영자원 보존을 위해서는 ‘중소 벤처기업 M&A’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최근, 전 세계 M&A 시장은 미국과 같은 전통 선진국 외에도 중국·인도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활발해지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 벤처캐피털과 기업은 M&A보다 기업공개를 거친 자금회수를 선호하고, 대상기업의 상당수가 영업·재무적으로 부실한 가운데, 부정적 인식까지 더해져 대기업에 비해 중소벤처기업 M&A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중소 벤처기업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커나가고 벤처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M&A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M&A는 신규 또는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며, 투자비가 절감되고 사업 다각화와 영업력 확대가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중소벤처기업들의 M&A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
첫째, 보다 유연하고 합리적인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이는 창업주가 기업이 성장기에 있을 때 더욱 경쟁력을 갖춘 인수주체에 과감하게 자신의 기업을 팔고 좀 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기업을 창업하겠다는 유연한 인식을 의미한다. 둘째, 중소벤처기업에 적용 가능한 합리적인 기업가치 평가 기법이 보편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비상장기업이 많은 중소 벤처기업의 특성상 합리적인 기업가치 평가는 M&A 거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 셋째, 인수 후 통합에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인수 후 통합과정에서 발생하기 쉬운 인력 유출과 조직통합의 실패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교육·자금·컨설팅 등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넷째, 정부가 추진하는 ‘중소 벤처기업 M&A지원센터’ 활성화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청은 올 7월에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4개 기관을 M&A지원센터로 지정해 중소 벤처기업의 M&A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M&A에 대한 공신력 있는 정보제공과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원센터의 기능과 예산이 확대돼야 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M&A 환경조성을 위해 CEO 대상의 M&A 교육 및 세미나를 개최하고, 유관기관과 함께 M&A 기업가치 평가기법을 개발하며, 인수 후 통합과정에서 컨설팅·자금·교육 등의 연계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발굴한 M&A 정보와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대상기업 DB 등을 활용해 본격적인 M&A 중개알선에 나설 계획으로 있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새해는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을 조기에 선점해 기업의 성장을 획기적으로 이룰 수 있는 호기라고 본다. 중소 벤처기업이 M&A라는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우수한 기술력과 경영 노하우를 확보해 더욱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기우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LKW@sb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