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IT 기업 인수의 큰 손이 됐다.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다진 인지도와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유망 기업들을 줄줄이 사들이고 있다. 칼 아이칸처럼 적대적인 경영권 인수는 아니지만 온·오프라인, 인터넷·모바일·콘텐츠 할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집어 삼키자 구글의 독점력 확대에 대한 견제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잠깐만, 구글”=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구글이 모바일 검색 광고업체 애드몹을 인수한 것이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구글은 휴대폰 광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총 7억5000만달러를 들여 애드몹을 인수, 이를 기존 인터넷 검색 광고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FTC는 지난 5월에는 에릭 슈미트 회장 등 구글의 임원진이 경쟁사인 애플의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는 데 대해 불공정 거래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결국 슈미트 회장은 자진해서 애플 사외이사직을 사퇴해 사건을 마무리짓기도 했다.
구글에 대한 반독점 당국의 조사는 새해에는 더 강화될 움직임이다.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의 독점력이 피인수된 기업의 주력 분야에서 어떻게 영향력을 미칠 지가 관심사다. 인터넷 검색 광고, 모바일 광고, 온라인 뉴스, 모바일 운용체계(OS) 등 구글이 힘을 모으고 있는 여러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반독점 문제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오푸스 리서치의 그렉 스티어링 애널리스트는 “아직 모바일 광고시장이 초기 단계라 반독점 여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구글은 피인수 기업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키워서 지배력을 확장하는 게 실질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구글 덕도 좀 봐야지”=구글이 140억달러(약 16조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들고 있다는 소문이 나자 피인수 대상인 기업들도 콧대가 높아졌다. 미국 최대의 지역정보 검색 사이트 옐프(Yelp)는 구글에 피인수될 것이라는 기사가 흘러나오자 협상을 중단했다. 그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옐프는 비밀에 부치기로 한 협상의 내용을 구글이 흘렸다며 협상 장을 박차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옐프가 몸 값을 5억달러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취한 조치이지만 결국 구글과의 협상 테이블에 다시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구글은 또 부동산 검색사이트 질로우(ZILLOW)와 트룰리아(TRULIA)를 놓고 양자 협상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가격은 1억5000만~2억달러 가량. 구글이 두 기업을 인수할 경우 기존 지도(Maps) 서비스에다 지역 정보 검색, 주택 및 부동산 거래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과 두 기업 모두 서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중이다.
외신들은 구글이 기업 인수를 확대하면 할 수록 여러가지 경우의 수에 대응하는 협상력을 키워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인지도와 현금 파워를 바탕으로 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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