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프로그램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권고조치를 내린 데 대해 제작진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시청자들 사이에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권고조치로 인한 논란이 방송 자율성 침해 논란으로 번지는 데 대해 우려하며 “이번 조치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일부 인물의 언행이 야기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려 한 것일 뿐”이라고 28일 말했다.
앞서 방통심의위는 22일 ‘지붕뚫고 하이킥’의 등장인물인 초등학생 해리(진지희 분)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빵꾸똥꾸’라는 표현을 일삼는 등 버릇없는 행동을 반복한 데 대해 ‘권고조치’를 내렸다.
방송법 제100조 1항의 제재 근거 조항에 의거한 권고조치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경징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MBC 제작진은 방통심의위의 규제 조치에 강력히 반발, “극의 수정 없이 그대로 나갈 것”이라고 밝혀, 이를 둘러싸고 인터넷 상의 시청자들 간에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방통심의위의 권고조치에 반발하는 시청자들은 시트콤의 특성과 극의 전개 내용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설가 이외수 씨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대표적이다. 그는 방통심의위 결정에 대해 “대한민국에서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이러다 통금도 부활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부분적으로만 보면 해리의 언행을 문제삼을 수 있으나 이는 전체 극의 전개상 필요한 부분이며, 주변의 관심을 받지 못해 생겼던 성격 장애가 치유돼가는 과정을 지켜봐달라고 해명했다.
‘하이킥’을 옹호하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이와 비슷하다. 블로그와 게시판 등에 올린 글들은 대부분 시트콤의 일부 부분만을 떼어놓고 문제삼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하는 시청자들의 의견 역시 분분하다.
지난 20일 방통심의위에 해당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한 민원을 올린 시청자는 민원글에서 “극중 해리라는 어린이의 지나치게 버릇없는 언행이 반복적으로 묘사돼 어린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23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 등장인물 ‘해리’에 대해 “늘 인상을 쓰고,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며, 어른에겐 지독한 욕설을 퍼붓는다”며 “주인공을 이런 식으로 설정하는 게 정상적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이런 프로그램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방송자율성 침해에 반발하는 논리와 방송의 표현수위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권고 조치는 강제성도 없고, 해당 PD가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권고’"라며 ”마치 핍박받는 것처럼 말하면서 스스로 프로그램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지도 않겠다는 건 ‘오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붕뚫고 하이킥’의 표현 수위는 전작이라 할 ‘거침없이 하이킥’보다 강하다는 것이 적지 않은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극중 ‘해리’는 ‘빵꾸똥꾸’라는 자극적 표현 이외에도 파출부로 자신의 집에 들어온 자매 가운데 동생이 자신의 숟가락으로 밥을 먹자 “어디서 더러운 입으로 쭉쭉 빨아대!”라고 소리지르는 등 표현 수위가 자극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