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러시아](https://img.etnews.com/photonews/1001/100103081608_2133522231_b.jpg)
러시아가 신성장 동력에 사활을 걸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를 현대화하기 위해 ‘러시아여, 갑시다(Go, Russia)’라는 새로운 정치발전 목적을 제시한 뒤 11월 12일 제2회 국정연설에서 이를 구체화했다. 국정연설의 핵심은 러시아가 2008년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 영향을 잘 극복하고, 이후 전개될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적, 과학적, 제도적으로 현대화돼야만 한다는 것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했고, 문제 해결 방향과 나아갈 원칙들을 제시했다. 러시아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 수출 위주의 전통적 경제 모델에서 벗어나 선진 기업들의 생산성을 따라잡아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의료 산업 개발 △에너지 사용 효율성 △원자력 에너지 현대화 △우주 및 원격통신기술 체계 개발 △전략정보기술 분야 등 5개 분야를 러시아 현대화를 위한 핵심 성장 분야로 지정해 지원·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에너지=5년 내 의약품 시장의 25%를 자국산 제품으로 채우고, 2020년까지 비율을 5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필요한 전략적 의약품 목록을 만들었다. 특히 심혈관·암 관련 신약 개발에 지원을 집중할 예정이다.
또 에너지 사용 효율성을 높이고, 합리적 자원 소비 모델로 이행하기로 했다. 개인이 사용한 사용량에 비례한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에너지 절약형 전구 사용을 강제한다. 바이오(bio)-리소스(resource), 슈퍼컨덕터(superconductor)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첨단기술 개발에도 힘쓰기로 했다.
원자력 에너지 분야 현대화도 중요 목표다. 2014년까지 차세대 원자로와 핵 원료를 보유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차세대 원자로와 핵 원료의 해외 공급도 추진한다. 원자 핵융합 기술 등을 의학 분야와 우주선 개발에도 이용할 계획이다.
◇우주·통신·전략정보=우주기술과 원격통신체계를 현대화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이 분야의 선진국가였지만, 지금은 통신 인프라 개발 분야에서 세계 63위로 뒤처졌다. 스스로 변하지 않고는 세계 기술 수준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고개를 든 이유다.
러시아는 5년간 전국에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하고, 디지털 TV와 4세대(4G) 이동통신 전환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또 우주기술을 이용한 항법체계를 갖춰 사고·재해 예방과 응급 구조 등에 활용하고, 2015년까지 차세대 우주선 공학 기술 연구개발에도 힘쓰기로 했다.
전략정보기술 개발계획에도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시선이 닿았다. 초고속 정보 교환이 가능한 슈퍼컴퓨터 체계를 이용해 향후 5년 내 신형 항공기와 우주선을 개발하고, 자동차와 원자로를 설계할 방침이다. 특히 새해부터 인터넷으로 여러 자격시험, 자동차 면허 등록, 부동산 등기부 확인 등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5년 뒤 현대화한 러시아의 모습을 기대한다. 한·러 수교 20주년인 새해 한 차원 높은 정부·기업 간 협력도 염원한다.
모스크바(러시아)=신문규 주러시아대사관 공사 참사관mkbrain@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