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일본](https://img.etnews.com/photonews/1001/100103081846_2043345022_b.jpg)
일본, 연구개발 공동화로 가는가. 지난 2008년 말 일본인 과학자 네 명이 노벨상을 수상해 세계 제2위 과학기술투자국인 일본의 과학기술, 특히 기초과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 배경에는 어려운 재정상황에도 과학기술예산을 증액시킨 일본 정부의 확고한 과학기술 우선 정책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50년간의 자민당 독주를 종료시킨 민주당 정권은 이러한 외부평가와는 달리 실질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창출하지 못한 기존 과학기술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을 검토한다. 특히 새해에는 정책 수정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과학기술 정책 개편=지난해 12월 중순 내각에서 결정한 ‘2010년 예산편성 기본방침’을 보면, 개편방향을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을 육아·고용·환경과 함께 중점 분야로 선정했다. 과학기술이 미래에 걸쳐 중요한 수단이며 일본의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기존 자원배분·연구체제와 연구성과평가 등에 관한 추진체계, 종합과학기술회의(의장 총리)의 개편이 제시됐다. 또 과학기술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중앙행정기관 간 중복 배제를 도모하기로 했다. 향후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를 토대로 일본의 새해 과학기술정책 방향을 조망하면, 과학기술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한 종합과학기술회의는 국가전략본부 밑 ‘과학기술전략본부’가 될 전망이다. 기존 종합과학기술회의는 총리를 비롯한 과학기술 관련 중앙행정부처 장관과 민간 위원으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과학기술 원로를 중심으로 운영됐다. 이를 중앙행정부처 장관 중심 체계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제4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11∼2015년) 준비=새해에 마무리된다. 제3기 계획의 25조엔 투자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가운데 수립될 제4기 계획은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드웨어 구축보다는 소프트웨어 파워를 늘리려는 것. 대형 가속기, 슈퍼컴퓨터, 재처리 공장 등 대형설비 구축 중심 기조에서 벗어나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환경기술 등 일본이 세계를 선도하는 분야에도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계 구조 개편도 병행될 예정이다. 새해 1월부터 독립행정법인에 대한 평가작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평가결과에 따라 과학기술계 독립행정법인의 운명이 결정된다. 과학기술계 독립행정법인은 크게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28개 법인, 자원배분을 담당하는 7개 법인으로 나눌 수 있다. 86개 국립대학법인, 4개 대학공동이용기관법인도 연구와 교육을 병행한다. 민주당은 선거 공약으로 독립행정법인을 재검토해 불필요한 사업과 민간에서 가능한 사업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과학기술 정책 개혁 작업이 연구환경 안정성이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목소리가 커진다. 과학기술자가 연구현장에서 이탈하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고, 제조업 공동화보다 더 심각한 연구개발 공동화가 올 것이다.
일본 최고 기초과학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의 한 과학자는 “아무리 좋은 연구시설을 갖추고 세계적인 석학을 모셔오더라도 연구의욕이 왕성한 신진 연구자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일본)=허재용 주일본대사관 1등 서기관 hurjy@me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