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경쟁에서 밀리면 살아남기 힘들지만, 역량을 갖춘 기업은 세계 시장을 손에 쥘 수도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일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파워 인덕터 분야에서만은 절대 밀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습니다.”
차권묵 코일마스터 사장(45)은 “국내 업체간 경쟁이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부품 기업들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세트업체들이 글로벌 소싱을 통해 부품을 조달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어 기술력, 가격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부품업체들은 생존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
코일마스터는 일본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던 파워 인덕터 시장에 진출한 후 지금은 국내 시장 점유율 50% 이상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코일마스터가 파워 인덕터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파워 인덕터는 개당 1300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 부품에 속했다. 국내 세트업체들은 비싸도 ‘울며 겨자먹기’로 일본 제품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코일마스터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단가는 바로 300원대로 떨어졌다.
“일본 기업들이 폭리를 취해도 국내 업체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제대로 만드는 회사가 없으니 당연히 원가 구조도 알 수 없었던 거죠.”
코일마스터는 물량·단가·품질 등에서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자랑한다. 불량률도 일본 업체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혁신라인’으로 불리는 자동화 설비 덕분이다. 차 사장은 지난 2008년까지 약 2년 동안 설비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당시만 해도 파워 인덕터를 사람 손이 아닌 자동화 설비로 제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됐다. 일부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일본 설비가 있었지만 그는 자체 개발을 고집했다.
“남의 설비를 써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죠. 일본산 기계보다 훨씬 작고, 활용도가 높은 설비를 원했습니다.”
혁신라인을 개발한 후 파워 인덕터 생산 효율성은 15배 향상됐다. 100명의 직원이 한 달에 200만개의 파워 인덕터를 생산했지만, 혁신라인에서는 단 8명으로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한 개에 30∼40m에 달하던 생산라인이 3∼5m로 줄어들면서 모든 공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문제 발생률, 불량률도 크게 감소됐다.
“TV용 파워 인덕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휴대폰 시장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월 6000만개 생산규모를 새해에는 1억개로 확대해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 대응할 계획입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