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AI 시대, 한국산업이 가야할 길

박래혁 전 국회정책연구위원
박래혁 전 국회정책연구위원

최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알렉스 카프(Alex Karp)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CEO와 만나 '인공지능(AI) 조선소'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방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만남은 단순한 기업 간 협력을 넘어, AI시대에 한국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HD현대와 팔란티어는 2021년부터 '미래형 조선소(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 가상현실409(VR409), 증강현실(AR), 로보틱스, 자동화, AI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조선산업에 접목시키고 있다. 이번 논의에서 양사는 AI 기반 방산솔루션이 한미 양국의 안보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산업과 기술의 융합이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AI시대는 산업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한국경제는 이제 기술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HD현대와 팔란티어의 협력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부, 해군, 육군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둔 방산 AI 전문 기업으로, 데이터 분석과 AI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다. HD현대는 세계 1위 조선 기업으로서 축적된 제조 노하우와 탄탄한 산업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 두 기업의 협력은 AI와 전통산업의 융합이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FOS 프로젝트는 단순히 조선소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로보틱스와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그리고 AI를 활용한 예측 및 최적화라는 3단계 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구현하는 게 목표다. HD현대는 이를 통해 생산성을 30% 향상시키고 공정기간을 30%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한국산업이 저비용 경쟁이 아닌 기술 우위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AI시대에 한국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첫째는 글로벌 테크기업과의 협력, 둘째는 기술자립, 셋째는 지속가능성으로 요약된다.

HD현대는 팔란티어의 AI 기술을 활용해 조선소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방산 분야로도 확장된다. 예를 들어, 양사는 무인수상정(USV) '테네브리스'를 공동 개발 중이며, 이는 한국의 방위산업과 조선기술이 AI와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기술자립 필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팔란티어와의 협력은 단기적으로는 기술 향상에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자체 AI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기술종속의 위험을 배태한다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AI 인재양성,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그리고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한국형 AI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AI시대에 한국산업이 나아가야 할 또 다른 방향은 지속가능성이다. HD현대는 FOS 프로젝트 외에도 친환경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율운항 전문 자회사 아비커스(Avikus)는 AI를 활용한 LNG 운반선을 개발하며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기업이다. 이는 AI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와 조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험이 있다. 이제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산업 전반을 혁신한다면, 한국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정부, 기업, 학계가 협력해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산업 전반에 확산시킨다면, 한국은 AI시대의 글로벌 경제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알렉스 카프 CEO는 최근 자신의 저서 'The Technological Republic(기술 공화국)'을 통해 분명히 말하고 있다. “한 나라의 기술력이 곧 그 나라의 힘이다.”

박래혁 전 국회정책연구위원 sarahkon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