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지만…](https://img.etnews.com/photonews/1001/100104105737_357167608_b.jpg)
올해 영화계 불법복제 대응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창작물에 가치를 부여할 때 일반인이 익숙지 않다는 것이었다. 웹하드 사이트에서 전송을 위한 패킷 요금 200∼300원을 지불한 후 영화를 내려받고도 제대로 대가를 지급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200∼300원에 영화를 판매하면 많은 이용자가 혜택을 받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 영화 같은 무형의 창작물이 아닌 최신 휴대폰을 대량으로 훔쳐 2000∼3000원의 배송료만 받고 불법으로 판매했다고 생각해보자. 이때도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영화 DVD를 구매할 때 1만원이 넘는 돈을 내는 이유는 단순히 디스크 비용과 인쇄 비용을 치르기 위한 게 아니다.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창작자와 스태프가 흘린 땀과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게 정당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 옛말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는 말이 있다. 형편은 안되지만 훔쳐서라도 보고 싶을 정도로 책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의미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동안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영화를 합법적으로 이용하고 싶어도 이용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화 콘텐츠의 ‘책 도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커피 한 잔 값인 2000∼3000원만 내면 영화를 합법적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영화를 불법으로 다운로드하는 영화 책 도둑은 꼼짝없이 도둑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 도둑보다는 당당하고 예의있게 창작물에 올바른 대가를 치르는 굿 다운로더가 돼보는 게 어떨까.
조한규 CJ엔터테인먼트 전략기획팀 과장 hanq@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