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웃나라 일본도 이공계 인력 구인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정보과학분야 교수들 사이에선 “정보통신분야를 지원하는 학생이 점점 줄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때 이공계의 인기학과로 분류되던 정보통신분야가 오늘날엔 ‘찬밥 신세’를 면치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무성 정보유통행정국의 이마가와 다쿠로 기획관의 기고를 통해 그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일본 정보통신분야 정책연구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3개의 벽이 존재하며, 이들 벽을 허무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이마가와 다쿠로 기획관은 도쿄대학원을 나와 일본 우정성에 몸을 들인 후 총무성 정보통신경제실장 등을 거치면서 최근 20년간 폭넓게 일본의 정보통신 정책분야를 살펴온 인물이다.
◇정보통신 정책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총무성이 발간한 2009년도 ‘과학기술 연구 조사보고’에 따르면 1992년 이후 줄곧 1위를 유지하며 증가세를 기록 중이던 전기·통신분야 연구자수는 2008년 처음 감소세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도 또 다시 감소했다. 여기엔 나라 전체에 퍼져 있는 국민적 무관심이 큰 몫을 한다.
내각부가 지난해 6월 실시한 ‘국민생활에 관란 여론조사’ 가운데 정부에 대한 기대항목에서 일본 국민은 향후 정부가 힘써야 할 일로 의료·연금 등 사회보장 구조개혁(70.8%)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그 뒤를 경기대책(62.5%), 고령화사회 대책(58.1%), 고용·노동문제(51.1%)가 이었다. 정보통신기술 추진을 선택한 비율은 5.4%에 불과해 과학기술 진흥(7.9%), 규제완화 등 경제구조 개혁(7.6%), 남녀 공동참여기회 확대(7.4%)를 밑돈 최하위를 기록했다.
휴대폰과 인터넷이 생활 미착형 서비스로 이미 보편화되고 있지만 정보통신 기술 육성 등의 이슈가 국민적 관심거리에서 멀어진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연구인력의 진입장벽 높다=또 다른 벽은 연구인력이 정보통신분야에 진입하는 데 넘어야할 벽이 높다는 문제다.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 전문 정보통신 관련 용어, 수시로 변하는 개념은 현재 전문가라 하더라도 잠시 소홀하면 초보자로 전락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러다보니 세대교체도 빠르다. 경제학이나 의학의 경우 전문가 집단의 생명이 긴 반면 첨단 정보통신산업은 젊은 유식자층의 우후죽순으로 기득권층이 입지를 수시로 위협하기 마련이다. 기득권자가 그 권위를 유지하려면 신문명 흡수력이 뛰어난 신세대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학생들이 외면한다=미래의 꿈나무인 대학생들을 인재로 육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정보통신분야를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보통신 분야 교원도 비인기 분야로 전락했다. 졸업 시 제출해야 하는 연구논문도 자료수집이 어렵고, 변화무쌍해 유효기간이 떨어지는 정보통신 분야에 한해 그 수가 날로 줄어드는 양상이다.
학생들의 관심이 보다 쉽고, 한번 취득한 지식을 오래 우려먹을 수 있는 학문에 치중하는 건 이미 일본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