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새로운 벤처의 시대를 열자

[미래포럼] 새로운 벤처의 시대를 열자

젊은이들이 꿈을 잃었다. 책가방을 들고 도서관에 들어서면 미래를 꿈꾸는 대신 취업을 위해 영어를 공부하고 시험 준비를 한다. 고등학교시절의 입시 지옥만큼이나 치열한 취업 전쟁에서의 중압감으로 인생의 나침반이 길을 잃었다. 안타깝지만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향해가는 대한민국 젊은이의 자화상이다.

 잠깐이기는 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벤처라는 이름의 꿈을 젊은이들은 갖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가 캠퍼스 곳곳에서 숨쉬고 뜻을 같이하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벤처를 창업했다. 실제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밤잠을 반납하고 사생활을 포기한 젊은이의 열정과 의지로 대한민국은 뜨거웠다.

 그 벤처 열풍이 우리나라를 스쳐간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벤처 거품에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 거품을 통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 벤처는 NHN·휴맥스·NC소프트 등을 비롯해 300개를 넘었다. 또 아직도 벤처에 희망을 담아 끊임없이 노력하는 많은 젊은이가 새로운 내일을 개척하고 있다. 정부도 제2의 벤처 시대를 열기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투자가들도 벤처를 새로이 주목하고 있다. 어쩌면 2010년을 기점으로 벤처를 통한 젊은이의 꿈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새록새록 솟아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벤처는 젊은이의 꿈이며 희망일 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 경제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기도 하고,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위해 준비할 것인지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이제 제2의 벤처 시대가 열리는 2010년의 초입에 서서 거품으로 치부되고만 이전의 벤처 열풍을 거울삼아 몇 가지 되짚어 본다.

 우선, 돈을 많이 버는 기업만이 성공한 기업이라는 편협한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 물론 수천억원의 매출로 신화를 만든 벤처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을 기반으로 벤처 사업을 영위하며 꿈을 실현해 나가는 젊은이들도 충분한 성공으로 평가돼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과 사업에 스스로를 던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성공이기 때문이다. 또 무늬만 벤처인 기업을 솎아낼 수 있는 평가 시스템과 함께 성실하지만 실패한 벤처인의 재도전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연좌제 형식의 연대보증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실질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40조원에 달하는 UAE 원전을 수주하는 쾌거를 올리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지원한 것처럼, 정부는 벤처가 세계를 향해 문을 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세계 시장은 넓고 커서 벤처들에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험요소가 많다. 특히 브랜드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세계 시장에서 벤처의 힘은 미약하므로 정부와 대기업이 도와야 한다. 또 2010년도부터 확장되는 개발도상국의 원조 사업에 벤처들이, 특히 IT 벤처들이 참여하므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의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제2의 벤처 시대는 새로워야 한다. 전문성과 기술력으로 세계를 정복하는 진정한 벤처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토양이 마련되고, 그 위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이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이제 젊은이들은 취업을 위해 보내는 하루가 벤처라는 꿈을 키우기 위해 사용됐으면 한다. 2010년 백호의 해를 벤처 꿈을 꾸는 젊은이들과 함께 열고 싶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tmchung@ece.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