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일자리 창출로 내실있는 성장을

[ET칼럼] 일자리 창출로 내실있는 성장을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선배님들에게 감사합니다. 특히 50대를 눈앞에 둔 선배님들, 대단히 존경합니다. 선배님들이 현업에 계시다는 자체만으로 후배들은 든든합니다.”

 지난 연말 대학 동문회에서 후배의 ‘폭탄사’ 한 대목이다. 그저 묵묵히 직장생활을 했을 뿐인데 해고와 명퇴만이 기다리는 요즘 ,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칭송받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한편으로는 50대가 내일 모레라는 기분에 울적해 포장마차에 들러 어두운 현실을 알코올에 희석시켰다.

 연말 연초 신문의 인물란에는 인사가 끊이지 않고 실린다. 많은 날에는 신문 한 면을 전부 도배하듯이 채운다. 신문 인사란에 나는 이름은 모두 승진이나 전보 또는 새로운 보직을 받는 경우다. 누군가 그 자리에 보임이 됐다면 전임자는 승진하지 않으면 물러났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인사란에 언급된 수만큼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말도 나온다.

 요즘 개그 프로그램에서 술취한 사람으로 등장하는 한 출연자는 ‘일등만 기억하는 사회가 싫다’고 외친다. 그의 풍자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게 요즘 현실이다. 일등 뒤에는 일등을 향해 달린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일등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혼자 뛰어 일등을 했다면 아무도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지난주 토요일 밤 KBS가 방송한 신년특별기획 ‘국민 대정부 질문-경제, 정말 좋아집니까’에서 40대 중반의 한 방청객은 연말 모임에 나가보니 참석자 20여명 중 직장인은 다섯 명에 불과했다며 심각한 실업난을 따져 물었다. 또 다른 20대 구직자도 행정 인턴이 끝나, 다시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돌아왔다며 정부 근본적인 실업 대책을 촉구했다.

 새해 벽두부터 실업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경제 위기 속에서 실업대란을 막기 위해 도입한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사업(일명 희망근로)이 지난 연말로 중단되거나 새해 들어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에 공백이 예상되는 희망근로와 공공인턴 등 정부 주도의 일자리사업을 1월에도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자체로 내려가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례로 부산의 올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 예산은 476억원으로 지난해 1394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참여자도 지난해 2만4000여명에서 830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희망근로는 서민을 위한 일자리다. 임시직이라도 생계를 연명하거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요긴하다. 행정 인턴은 만 29세 미만의 대졸자들에게 불완전하지만 그나마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청년 백수들에게는 단비 같은 일자리다.

 2009년을 보내며 국내외 언론은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었다. 조직뿐만 아니라 국가도 새로운 피가 돌아야 건강하다. 고용 없는 성장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올 연말에도 어김없이 송년회가 열릴 것이다. 그때쯤에는 50대 직장인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대접받았으면 좋겠다. 아직 50대는 이 사회에서 할 일이 많은 나이다.

홍승모 전자담당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