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에 사는 강 모(35)씨는 IPTV·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 결합상품을 3년 약정하면 45만원을 현금으로 준다는 가입홍보전화를 받았다. 몇 달전 동료들로부터 현금을 20만원 정도로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으나, 그 두 배인 45만 원을 준다는 전화를 받자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이야기를 듣고 당장 인터넷을 검색하자 최대 80만원까지 준다는 정보도 있었다.
유료방송 시장의 출혈 경쟁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요금 경쟁은 결국 방송인프라와 콘텐츠 재투자를 막아 방송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PTV·케이블TV·스카이라이프 등 유료방송서비스에서 결합상품 가입과 기간 약정에 대한 할인은 물론 카드사 등과의 제휴를 통한 월 이용료 할인서비스 등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여기에 더해 1년 치 요금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현금으로 지급하는 상황이다.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의 결합상품에 가입하고 약정을 하면 일반 초고속인터넷 가격 수준에 이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IPTV와 스카이라이프 등 대리점에서는 20∼4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가입자를 모집 중이다. 업계는 전체 이용액 10% 정도의 사은품 지급은 적정선의 경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3∼4배의 사은품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대리점 사이트는 ‘30만원(3종세트기준) 이상 현금지급시 해당 영업 대리점에 200∼600만원 상당의 페널티를 주기 때문에 사이트에는 요금을 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지사항을 올리기도 했다.
IPTV와 스카이라이프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따라 디지털케이블TV 요금도 갈 수록 하락세다. 카드사 제휴를 통한 할인까지 이용할 경우 저가형 상품 가격은 아날로그 케이블TV보다 낮은 금액인 5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방통위는 승인제로 운영되던 유료방송 요금제에 일부 신고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요금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데이터방송이나 VOD 등 유료방송 부가서비스에 신고제를 적용해 신규 방송 서비스가 곧바로 나올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의도지만,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 요금인하가 더욱 쉬워져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요금 인하 경쟁은 결국 방송산업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유료방송이 8∼9배 비싸다. 미국은 4만원, 호주는 월 5만원 선이다. 유료방송이 처음 도입되 93년과 비교했을 때 채널 증가만 따져도 현재 가격은 6만원을 넘겨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윤천원 케이블TV협회 국장은 “국내 유료 방송 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한 것이 사실”이라며 “수신료가 적정선에서 보장되어야 채널사용사업자(PP) 수익도 높아질 수 있고 인프라 투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