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배려가 기술발전 원동력](https://img.etnews.com/photonews/1001/100107044645_2026257031_b.jpg)
평범한 일상이 문득 낯설다. 날마다 사용하는 생활기기가 편의성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일상을 꾸려가는 평범한 가전기술이 내 인지 능력과 상관없이 빛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저만큼 앞서가는 기술을 대면할 때마다 성취감보다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진보된 기술도 좋지만 때로는 오래된 낡은 골동품이 더 따뜻하고 친숙한 것은 첨단 사회에서 겪는 디지털 딜레마가 아닐까.
기술을 결정하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며 소프트웨어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이다. 상상력이란 테크닉이 아니라 마음이다. 사람들의 편의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주부의 피곤을 덜어주기 위해 청소기가 만들어졌고 멀리 있는 가족이 보고 싶어 영상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기술이 있어서 제품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욕구를 먼저 이해하고 그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술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고 감성이다.
기술이 꿈을 실을 때 비로소 인간의 삶 속에서 의미를 가지며 그 기술로 인해 인간은 진실로 행복해질 수 있다.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기기 자체보다 상대방과 소통하고 싶은 간절함이 더 본질적이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멋진 기기라기보단 잡음 없는 통화품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요금체계 등 편리한 소통이다. 기능에 앞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먼저 헤아린다면 기술을 능가하는 서비스를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기계에 필요한 서비스가 등장했으나 오늘날에는 서비스를 구현한 기계가 만들어진다. 사람을 향한 배려가 상상하게 하고 그 상상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서비스’의 정의다. 서비스 산업이 무한히 성장한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배려가 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가 기술을 낳고 기술은 서비스로 완성된다. 기술과 서비스가 하나로 엮여 서로를 끌어당기는 사회가 가장 아름다운 첨단시대의 모습이 아닐까.
이진수 원광디지털대학교 서비스경영학과 교수 seuni@wd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