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북한 신년 공동사설과 과학기술 과제](https://img.etnews.com/photonews/1001/100107044517_393087754_b.jpg)
과학기술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여전하다. 북한은 2010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지난해 최고의 성과로 △인공위성 ‘광명성 2호’ 발사와 △제2차 지하핵실험 △주체철 생산체계 완성 △CNC 기술의 세계적 수준 도달 네 가지를 소개했다. 앞의 두 가지는 국방과학, 뒤의 두 가지는 기간산업 분야에서 북한의 핵심 난관을 타개한 셈이다. 지난해 공동사설에서 국방과학과 금속공업을 특별히 강조했으므로, 그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도 된다.
주목되는 것은 주체철, 즉 콕스탄 대신 북한에 풍부한 무연탄을 사용하는 제철체계의 완성을 선두에 내세운 점이다. 주체철은 우리가 용광로에서 바로 철을 생산하는 것과 달리, 철광석과 무연탄·시멘트를 점결제로 성형해 회전로에서 철을 환원시킨 후 전기로에서 녹여내는 2단계 공법이다. 지금까지는 전기로에서 주체철과 파철을 섞어 녹였지만 이번에는 초고전력전기로에서 파철 없이 주체철만으로 강재를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해 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를 “제3차 핵실험보다 더 큰 성과”라고 높이 치하하면서 이를 수행한 성진제강소에 특별한 감사를 표시하고, 특별열차로 노동자들을 모두 평양에 불러 대규모 축하연을 베풀어 주었다. 이 자리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도 참석했다. 국방위원장의 성진제강소 현지지도를 통해 총궐기를 시작하고 뒤이어 150일전투와 100일전투를 발기한 것에서도 그 선도적 위상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러나 2010년의 과학기술 핵심과제는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신년 공동사설에서는 새해 핵심과제로 경공업과 농업을 선택하고, 이를 위해 인민소비품 생산 확대와 농업분야의 종자혁명·이모작·감자농사혁명·콩농사 방침을 강조했다. 관련기술로는 “주체농법의 요구를 철저히 지키며, 유기농법을 비롯한 새로운 영농방법과 영농기술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간단히 언급했을 뿐이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비료는 곧 쌀이고 쌀은 사회주의’임을 천명하고, 농업을 앞세울 때는 반드시 기계화와 함께 화학화, 즉 비료와 농약 생산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반대로 비료를 적게 쓰고 생산성이 낮은 유기농법을 강조했다.
북한은 작년 내내 남흥가스화공장 건설을 독려하면서 이것이 완성되면 국내산 원료로 충분한 비료를 생산하게 된다고 널리 선전했다. 신년 공동사설과 방송에서도 이 공장이 작년 말에 완공돼 시운전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농업이 강조되는 올해 주력과제에서 또 하나의 주체과학 성과로 자랑할 만한 이 공장에 대한 특별선전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공업 분야에서 지난해에 이어 주체철과 CNC화를 계속 강조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혹 이 공장의 정상가동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금년 농업의 해에 대대적인 선전을 하기 위한 숨 고르기인가. 그 결과는 앞으로 전개될 남북협상에서 드러날 것이다. 비료는 남한에서 해마다 수십만톤씩 지원했고, 그 시기도 2∼3월에 집중됐다. 이 공장이 성공했다면 북한이 대남 협상에서 비료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또다시 장기간의 퇴비증산 전투가 이어지거나 남한, 중국에의 의존도가 커질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주체철이나 가스화 모두 자원 소모와 위험성이 크고 경제성이 낮아 북한이 장기간 지속하기가 어려운 공법이라는 데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cglee@ste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