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에너지 저장장치, 스마트그리드의 모습을 바꾼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001/100110084220_56399532_b.jpg)
에너지 저장장치는 여분의 전기에너지를 저장한 후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기 때문에 활용 범위가 넓다. 대표적인 에너지 저장장치인 2차전지는 휴대폰·노트북 같은 휴대기기의 양적, 질적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2차전지가 없었다면 휴대폰의 수많은 기능은 결코 구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막 상용화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비롯,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으로 2차전지가 부각되는 점도 에너지 저장장치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에너지 저장장치는 전력 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다. 전기에너지 발전에서 송배전·소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지능적으로 제어해 수급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그리드’(SmartGrid)에도 다양한 방식의 에너지 저장장치가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력 산업분야에서 에너지 저장장치의 성장 가능성은 휴대기기나 자동차 분야에서의 가능성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최근에는 전력공급 안정성보다 전력수급 효율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력 소비량을 확인해 수요와 공급이 최적화되도록 발전량과 공급량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전력사용량이 낮은 시간에 잉여전력을 저장했다가 사용량이 증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저장장치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지붕·벽면·창틀 등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고, 남는 전기를 전력망에 보내는 등 새로운 전력 사용 방식이 등장하면 대용량의 에너지 저장장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수력·원자력·화력 발전 같은 중앙집중 발전 구조를 벗어난 분산형 발전·저장 시스템도 부각되고 있다. 특히 분산형 에너지 저장(Distributed Energy Storage) 시스템은 발전 규모와 상관없이 발전부터 송전·배전·소비의 전 과정에 에너지 저장장치가 적용된다. 전력업체 입장에서 바람·햇볕 등 자연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결정되는 신재생 에너지는 제어가 어렵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소는 전력공급의 안정화를 위해서 NAS 전지, 초고용량 커패시터, 플라이휠 같은 대규모 에너지 저장장치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산·학·연이 협력해 전력 정보통신(IT)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도에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구축해 제품과 기술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 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력망과 통신 네트워크, 에너지 저장장치, 신재생 에너지의 유기적인 조합이 기대된다.
스마트그리드가 구현되려면 각 가정의 전력 사용량을 검침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송·취합할 수 있는 별도 장비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가정과 전력회사간 통신을 지원하는 차세대 검침 인프라(Automatic Meter Infrastructure)와 스마트 미터기 보급이 가속화되고 있다. 제주 실증단지 사업에서는 이처럼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 미터링 시스템에 대한 개발·검증이 이루어져 국내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청사진이 나올 것이다.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술적·경제적·환경적인 에너지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다. 에너지 저장장치의 활용방법에 따라서 전력 산업의 구현 방법이 바뀔 수도 있다.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에 대한 한발 앞선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