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입체영상의 대중화 시대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
미국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들어낸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교묘히 결합한 입체영상 영화 ‘아바타’가 최근 거둬들이고 있는 엄청난 상업적 성공은 바야흐로 3D 영상 산업의 본격적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는 3D TV 서비스들은 바야흐로 3D 영상 산업의 꽃을 피울 ‘블루오션’의 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3D TV 영상 산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하드웨어인 TV와 소프트웨어인 영상 콘텐츠, 그리고 이를 이용할 준비가 된 대중의 3박자가 고르게 갖춰져야만 하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
◇‘아바타 열풍’…대중의 눈높이에 성큼 다가선 ‘3D’=국내 개봉 한 달이 되기 전에 누적 관객 800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아바타는 이미 외화 최고 흥행작이었던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을 넘어 외화로는 최초로 국내 관객 1천만명을 달성하리란 기대를 높이고 있다.
물론 아바타 영화를 본 관객 가운데 3D 영상으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비율은 33% 수준이다.
그러나 아바타를 통한 3D 영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으며, 일반 영화 관람 후 재관람 비율도 10일까지 무려 전체 관람객의 7% 수준인 34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타’가 대중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었던 힘은 3D를 통한 볼거리 제공 이전에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라는 것이 대중매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흡입력을 갖춘 강력한 콘텐츠가 대중의 이목을 3D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사 촬영을 혼합한 아바타의 성공은 앞으로 애니메이션 중심의 3D 영상을 넘어선 한차원 달라진 콘텐츠 제작 열풍을 이끌 배경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는 3월 각각 디즈니와 드림웍스가 내놓으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당신의 용 길들이기’ 등 봇물터지듯 쏟아질 3D 애니메이션 유망작들이 3D 영상 시대의 만개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콘텐츠만이 아니다. 3D 영상 시대를 꽃피우게 될 3D TV 인프라 또한 올해 그 기반을 크게 넓힐 전망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올해의 국제전자박람회(CES)의 화두는 단연 3D 영상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를 비롯 소니, 도시바, 샤프 등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각자 야심찬 첨단 3D 기술로 무장한 3D TV를 선보였으며, 그래픽 카드 업체인 엔비디아도 첨단 3D 그래픽 카드를 내놓으며 이목을 끌었다.
특히 일본의 소니는 CES 행사에서 잃어버린 디지털 명가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최첨단 3D 기술로 무장한 전면 고화질 3D TV인 ‘브라비아 LX900’ 시리즈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계열 콘텐츠 제작업체 소니픽처스를 통해 3D 애니메이션을 올여름 출시하고, 영화·스포츠 콘텐츠의 3D 영상 제작과 방영은 물론, 플레이스테이션3 등 기존의 자사 제품을 통해 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어서 주위를 긴장시키고 있다.
◇“3D 기반 확대의 키, 콘텐츠가 쥐고 있다”=영화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한 3D 영상 산업이 저변을 넓혀 본격적인 성장 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TV 매체로 기반을 넓혀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 1일 국내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는 영국의 ‘B스카이B’나 일본의 ‘스카이퍼펙TV’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3D 전문 채널의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완전 고화질급 지상파 3D TV 실험방송을 올 10월 도입할 것이라는 목표 아래 추진단을 발족,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기기와 기술력을 갖춘다고 해도 이를 뒷받침할 콘텐츠 없이 대중의 이목을 끌 ‘3D 영상 산업 육성은 요원하다.
따라서 3D 방송 콘텐츠 제작·편성을 위한 중소 콘텐츠 제작업체 지원과 방송플랫폼 시스템 고도화 사업, 시청자 환경 개선사업 등 육성 정책의 뒷받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관련 업계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전체 영화관의 20%가 3D 영상 상영을 할 수 있는 반면 국내는 전체 상영관 중 단 2%만이 3D 영상 상영이 가능할 정도여서 3D 영화 상영을 위한 기반마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며 “기반 시설 및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인프라 확충 없이 3D 영상 산업 활성화는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
◇파급효과 기대…표준화 등 과제 산적=3D 기술은 게임과 영화, TV 외에도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IT기기를 통해 접목시킬 수 있어 관련 산업들의 기대 또한 크다.
그러나 이를 위해 국내의 3D 영상 기술을 더욱 개선시키는 한편 콘텐츠 제작 등의 고비용 구조를 탈피하고 표준화를 발 빠르게 진행하는 등 제반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미국의 NBC 방송이 야심적으로 내놓은 드라마 ‘척(Chuck)’ 시리즈의 3D 에피소드가 별다른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 채 사실상 실패로 끝난 사례는 이 분야가 안고 있는 투자 리스크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은 “국내 여건이 부족한 3D 영상 산업에서 정부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얼마나 발 빠르게 지원 방안을 이행하느냐가 국내 3D 영상 산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