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아이폰과 아바타

[콘텐츠포럼] ­아이폰과 아바타

오랜 기간 사용하던 휴대폰과 인연을 끊고 아이폰을 장만했다. 평소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편도 아니고 얼리어답터도 아니지만 아이폰으로 바꾼 이유는 할리우드 작품을 하면서 최근 2년여 동안 미국에 자주 가게 되다 보니 느낀 바가 있어서다. 같이 일했던 슈퍼바이저, 프로듀서뿐만 아니라 접촉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어서 호기심이 동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그들 대부분이 하는 말이 아이폰은 전화기에 부가기능이 있는 일반적인 휴대폰이 아니라 모바일PC에 전화기능이 딸려 있는 것이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아이폰 출시에 즈음해 드러난 국내의 다양한 반응들이 하드웨어적인 스펙으로 여전히 국내 휴대폰이 훨씬 훌륭하다는 주장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아이폰이 휴대폰으로는 몇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아이폰이 갖추고 있는 다양한 기능과 애플리케이션의 무한대에 가까운 확장성보다는 하드웨어적인 스펙에서 단점을 찾으려 한다는 점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애플이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작사가 아님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은 제품이 아니라 꿈을 판다고 역설했다. 소비자가 단순히 몇 가지 스펙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하드웨어적인 관점을 벗어나 사용자의 생활과 문화가 변화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관점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가 왔다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제품’만을 생산하는 틀에서 꿈을 팔고 문화를 창조는 시대로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었다.

 영화 ‘아바타’를 보는 관점 또한 아이폰 출시 이후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타이타닉에 버금가는 대단한 성공의 비결로 꼽는 가장 큰 이유가 기술적인 성과에 있다고 보는 관점이 대다수라 이 또한 본질을 놓치고 곁가지만 본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들다. 아바타의 서사구조가 단순한데다 이미 많은 작품이 반복적으로 다뤘던 주제를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것은 아니라는 평이다.

 이제까지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은 독창적인 주제를 다루거나 자의식이 강한 예술작품이었던 적이 없다. 그는 이미 존재했던 설정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관객이 그 세계 안에 매력적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빼어난 연출력으로 승부를 거는 철저한 상업영화 감독이었다. 오죽하면 ‘속편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하지만 그는 그 세계가 논리적인 개연성을 갖고 설득력을 갖춰 관객의 의구심이 끼어들 여지가 없도록 극강의 완성도를 지향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에게 기술은 과시의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이야기가 현실성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훌륭한 도구일 뿐이다. 그가 다루는 소재와 설정들, 그리고 이야기가 기술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라는 관점은 기술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드러난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성과가 단순히 기술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르망 투르소가 과학과 예술을 빗댔던 말에 기술이라는 말을 적용해 보면 그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최악의 기술자는 예술가가 아닌 기술자고 최악의 예술가는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다.’

 이제 패러다임이 변했다. 하드웨어적인 관점을 벗어나 소프트웨어적인 관점을 갖춰야 한다. 아이폰은 하드웨어적인 스펙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고 아바타는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무엇이 본질인지 꿰뚫어 보고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모팩스튜디오 장성호 대표 Sp200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