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워너-AOL 합병, 왜 대실패로 끝났나

꼭 10년전 1월 최고의 콘텐츠 기업과 인터넷 미디어 최강자의 결합으로 주목받았던 타임워너와 아메리카온라인(AOL)의 합병은 지난달 AOL의 분리로 인해 대실패로 끝났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기업합병 케이스로 기록된 이 두회사의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당시 합병을 책임졌던 두 회사 회장과 CEO 등 4명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그 원인을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제럴드 레빈 전 타임워너 회장과 스티븐 케이스 AOL 창업자간 첫 만남은 1999년 가을 중국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 정부 건립 50주년 기념행사장에서였다.

두 사람은 당시 합병과 관련해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이 공교로운 만남은 한달 여 뒤 뉴욕의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본격적인 통합 합병 논의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합병작업은 두 회사 내부의 반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합병 발표 직후에도 월스트리트저널은 무려 20건 가량의 기사를 내보냈고, 언론들은 ‘변혁’이라는 말을 화두로 내세웠다.

케이스 전 회장은 “발표 당시 우리는 최강의 인터넷 회사와 최고의 미디어 회사간 결합이 새로운 21세기를 선도하는 기업의 탄생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합병 넉달 후인 2000년 5월 부터 붕괴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닷컴 버블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온라인 광고는 부진 했으며, 합병 협상의 근거였던 AOL의 수익전망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특히 하이 스피드 인터넷 접속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전화 접속 인터넷의 최강자였던 AOL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져 갔다.

이 같은 외적 문제는 이질적인 두 회사의 물리적 결합으로 인한 내적 문제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었다고 이들은 회고했다.

리처드 파슨스 전 타임워너 CEO는 “합병 이후 타임워너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생활에 직면해야 했다”면서 “두 회사는 너무 다른 문화를 갖고 있었고, 우리는 그 차이를 너무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회사의 주도권을 놓고 두 회사 사람들간에 서로를 증오하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터져 나왔다.

당시 합병 협상은 AOL이 통합 회사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 발표됐지만, 실제 이행과정에서는 AOL의 유능한 인재들이 뉴욕의 타임 워너 본사쪽으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AOL측의 불만은 증폭됐다.

그런 와중에 내부 제보자의 누설로 인해 2002년 워싱턴 포스트에 AOL의 광고 수입 부풀리기 행태가 공개됐고 미 증권거래위원회와 법무부 등의 조사로 합병 회사는 엄청난 금액의 벌금을 내야 했으며 타임 워너쪽 사람들의 강한 불만으로 AOL 창업주 케이스는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 합병으로 지난 10년간 가장 큰 돈을 잃은 사람은 CNN의 창업자로 합병 회사의 최대 주주였던 테드 터너였다.

그는 NYT에 “다시 아픈 상처를 파헤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타임 워너와 AOL의 합병은 베트남 전쟁이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마찬가지로 역사속에 흘려 보내야 한다”며 “이 합병은 미국에서 발생했던 가장 큰 재앙들중 하나였으며, 나는 80억 달러를 잃어 버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