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술임치제`가 보여준 솔로몬의 지혜

 중소기업청이 최근 ‘중소기업 정보화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 하여금 소스코드를 공개하도록 한 것에 논란이 일자, 기술임치제 등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매우 바람직한 조치다. 정부 부처가 일선 업계의 의견을 가감 없이 수용해 빠르게 문제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소프트웨어 업체가 갑작스럽게 부도나거나 유지보수료를 턱없이 올리는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하도록 한 당초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소프트웨어 패키지 업체는 수년간 공들인 제품의 소스코드까지 공개하는 것은 지식재산권 유출 위험이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런 과정에서 대중소기업상생협력재단에 프로그램 소스를 별도 보관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업체는 기술 유출 우려를 덜 수 있으며, 시스템을 도입한 중소기업은 문제 발생 시 소스를 열람하는 ‘기술임치제’라는 솔로몬식 해법이 마련됐다.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 못할 문제가 없다는 선례를 보여주었다.

 중소 벤처기업들이 정부 발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프로젝트에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이행보증서 문제만 해도 그렇다. 발급 기관들이 과거 실적(재무제표) 위주로 보증서를 발급하다 보니 실적이 적은 중소벤처기업은 보증서 발급받기가 쉽지 않다. 담보는 물론이고 연대보증까지 세워도 역부족이다. 심지어 보증서가 발급 안 돼 사업을 수주하고도 흑자도산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정부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하겠다는 취지를 십분 이해하지만 최소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해답도 있게 마련이다. ‘기술임치제’처럼 수요기관과 공급업체가 상생할 솔로몬식 해법이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