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u헬스의 바로미터’

덴마크에 거주하는 은퇴한 건축가 젠스 댄스트럽씨(77)는 간단한 의료 기기와 웹 카메라가 달린 노트북PC를 이용해 거실에서 1마일(1.6㎞) 떨어진 프레데릭스베르 대학병원 의사를 만난다. 폐에 문제가 생겨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지만 원격진료 제도 덕분에 치료받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댄스트럽씨는 의사가 보내온 의학자료를 받고 전자 의료기록에 자동으로 접속한다. 손가락에 끼우는 박동체크 기기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가 의사에게 보내지고, 그는 자신의 의료기록을 인터넷에서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처방전 역시 인터넷으로 발행돼 전국의 어느 약국에서나 그것을 보고 약을 조제할 수 있다. 댄스트럽씨는 “하루 종일 병원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도 쉽게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거동이 힘든 환자들에게 더 없이 유용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이달 말 출판될 커먼웰스기금(Common Wealth Fund)의 보고서에서 덴마크 의료 정보 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됐다고 보도했다.

이 의료 정보 시스템은 덴마크 의사들의 업무시간을 하루 평균 50분 단축하게 해준다. 또 지난해 발표된 한 보고서는 이 시스템을 통해 연간 1억2000만달러(약 1345억4000만원)가 절감된다고 집계했다.

덴마크에서는 10년 전부터 전자 의료기록과 헬스케어 정보기술들을 도입했다. 모든 1차 진료의사와 절반에 가까운 병원이 전자 기록을 이용한다. 정부 역시 이런 원격진료 프로젝트를 독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도 덴마크를 벤치마킹해 전자 의료시스템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정보기술보좌관인 하버드메디컬스쿨의 데이비드 블루멘설 박사가 계획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덴마크의 면적이 작은 데다 단일민족이라는 특성 등으로 인해 원격진료 제도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데니스 J 프로티 빅토리아대 교수는 “덴마크는 미국의 한 주(state)정도 크기에 불과하다”면서 “다인종이 모인 미국에서는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덴마크 국민은 진료기록에 대해 민감하지 않지만 미국은 그것을 사생활의 중요한 영역으로 여긴다는 문화적 차이도 존재한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