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과학비즈니스벨트` 차질없이 추진해야

정부가 최근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다. 세종시를 미래형 과학혁신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우선 수도를 분할하지 않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도분할은 부처간 협력을 저해해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정부의 경쟁력을 저해한다. 세계와 첨예하게 경쟁하는 글로벌 시대에 정부 경쟁력의 저하는 바로 국가 경쟁력의 저하로 연결된다.

특히 이번 수정안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세종시 수정안과는 별도로 현 정부 초기부터 계획된 사업이다.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 거대과학 인프라를 구축하고, 과학기술·비즈니스·교육 등이 융합된 글로벌 성장거점을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첨단 과학에 기반한 신제품과 신산업을 창출, 한국 경제에 신성장 동력을 제공한다. 기존 테크노밸리나 테크노파크와의 차이점은 ‘기술’이 아니라 ‘과학’을 중시하는데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과학과 비즈니스가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개념의 정주 형태다.

경기도 산하 기관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경기도에 유치되기를 희망했지만,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면 세종시로의 입주도 잘못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종시 인근에는 대덕 연구단지가 있고, 다수의 우수 연구 중심대학이 있다. 인근에는 대전·공주·충주 등 인력과 시장을 제공할 배후 도시도 존재한다. 더욱이 기왕에 조성된 대규모 토지와 쾌적한 신도시 환경이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은 우수 과학자와 국내외 첨단기업을 유치하는데 있다. 세종시는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다.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된다. 그 혜택은 세종시나 충청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산된다. 어디에 위치했건 국부의 창출에 기여한다면, 전 국민이 축하해야 할 일이다. 세계와의 경쟁이라는 시각에서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하는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을 환영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전국에는 우수 과학자와 연구중심 대학을 보유한 지역이 많다. 이런 지역을 과학비즈니스 벨트로 발전시켜야 한다. 전국에 제2, 제3의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단계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국가의 미래를 선도하는 중요한 사업이다. 차질 없이 수행되기를 희망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수도분할이라는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된 논쟁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과학비즈니스벨트 추진을 위한 특별법은 지난해 국회에 상정됐지만 세종시 수정안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심의가 보류됐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여야 의원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주기를 바란다.

경기과학기술센터 소장 이원영 wyounglee@g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