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249)인기인재-­베품의 법칙

[지윤정의 성공파도] (249)인기인재-­베품의 법칙

 길가던 차의 바퀴가 눈두덩에 빠져 헛돌았다. 뒤에 줄 선 차들이 내려서 함께 밀어줄 줄 알았다. 헌데 후진하여 다른 길을 찾아 속속 그 자리를 피한다. 노트북 가방에 출장가방까지 들고 버스를 탔다. 앞에 앉은 승객이 짐을 받아줄 줄 알았다. 헌데 MP3를 귀에 꽂고 창밖만 내다본다. 집 앞에 쌓인 눈을 빗자루로 쓸고 삽으로 모았다. 수고한다며 함께 치워줄 줄 알았다. 헌데 내 집 앞에 쌓아두지 말라며 눈 치우는 면적을 갖고 실강이를 벌인다.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성큼 이기적인 우리를 직면하게 만든다. 승객간의 미덕이던 짐 받아주기는 “그때를 아십니까?”에나 나올법한 에피소드가 되어버렸다. 이젠 맡기기도 불안하고 달래기도 눈치 보인다. 마음 써서 양보해주고 거들어 주기엔 경로석과 임산부 전용석이 면죄부가 되었다. 이제 노인석이 아닌 데서는 노인에게 양보하지 않아도 되고 임산부 전용칸이 아닌 데서는 임산부도 배 나온 여자일 뿐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기준보다 마음이다. 법이 미처 손닿지 않는 자리를 관습과 전통이 메우듯이 공식적 약속이 없는 곳엔 마음이 메워야 한다. 안그러면 경로석과 임산부 전용칸 처럼 신뢰 전용칸을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뉴욕 시의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낙서를 철저하게 지웠다고 한다. 흉악한 중범죄 사건보다 자질구레한 낙서나 경범죄를 없애니까 중범죄도 따라서 없어진 것이다. 사소한 무질서 하나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다. 이처럼 사소한 양보 하나가 불씨가 되어 큰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베품의 법칙”이 있었으면 좋겠다. 같이 도와주기, 짐 들어주기, 서로 치워주기 같은 작은 배려가 큰 사랑으로 이어지게 말이다. 그러면 이 사회가 좀더 따뜻해지기 위해 큰 기부행사보다 작은 양보와 배려로도 긍적적 되먹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