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여 전부터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을 떠올릴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IT이다. IT 중에서도 휴대폰과 반도체는 세계 초일류 수준이며, 광대역 인터넷망의 보급률도 결코 여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하드웨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하드웨어 이외의 부문에도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콘텐츠다. 콘텐츠는 그 자체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결합되어 상호간의 활용도를 증가시킴으로써 결국 하드웨어 및 콘텐츠의 경쟁력을 함께 끌어 올린다. 이 같은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향후 경쟁력 확보의 주요 키워드가 콘텐츠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콘텐츠 분야는 IT 하드웨어의 경쟁력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더 발전시키는 데에도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그러나 콘텐츠의 육성이 개별 콘텐츠에 대한 지원이나 개별 솔루션의 개발에 머물러서는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폭발적인 동력이 될 수 없다. 미래 산업을 이끌어 갈 차세대 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하여야 한다. 또한 현대는 융합의 시대이며, 진정한 융합은 다양한 물건, 서비스, 활동, 지식 등이 서로 간의 장점을 취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방성과 상보성(相補性)이 필요하다. 가상세계는 플랫폼으로서 다른 콘텐츠나 서비스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성과 함께 가상세계 간 또는 다른 응용서비스나 하드웨어와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상보성을 갖춘 분야로서 미래 융합형 콘텐츠시장을 이끌어갈 핵심산업이다. 가상세계는 그 자체가 융합형 콘텐츠이면서, 다른 IT하드웨어, 콘텐츠, 서비스 등과 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플랫폼이다. 따라서 가상세계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가상세계 그 자체만이 아니라 IT 전 분야의 성장을 견인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성급하게 할 수는 없지만, 미래 사회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융합형 세계라고 한다면, 가상세계가 또 한 번의 IT 혁신(Innovation)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실제 가상세계의 파급효과는 현재의 인터넷 세상을 아우르면서도 차별화될 수 있는 가상세계의 구축과 실제 응용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선택 중의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새로운 IT 혁신의 원동력으로서 가상세계를 구축·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업계의 노력, R&D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상세계의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가상세계를 도입하는 초기 단계에는 법적 기반이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융합의 기반이 되는 가상세계 플랫폼은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역기능의 출현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적절히 규율하지 못한다면 가상세계 자체의 발전에도 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차세대 융합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으로서 가상세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실체적인 규율 기준을 정하는 “플랫폼” 형태의 법률이 필요하다. 이 법률에는 가상세계의 발전·융합에 대비해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실체적 규정과 함께 분쟁해결 등에 관한 절차적 규정도 담아야 한다. 이러한 법적 기반(Legal Infra)을 통해 진정한 IT 강국을 향한 미래 가상세계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
최경진 경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법학연구소 소장 kjchoi@kyu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