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AT&T ‘자존심 싸움’ 2라운드

북미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1, 2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와이어리스와 AT&T가 다시 혈전을 시작했다.

1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북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즌은 이날부터 월정액 70달러에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종전까지 월 100달러였던 무제한 요금제를 무려 30%나 인하한 것이다. 이 요금제는 또 모토로라의 ‘드로이드’ 등 스마트폰 이용자를 겨냥해 월 30달러에 데이터 서비스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버라이즌이 공격적인 요금 정책을 들고 나서자 2위 사업자인 AT&T도 동일한 수준의 요금 인하 조치를 선언하며 즉각 맞대응했다. AT&T는 월정액 100달러였던 무제한 요금제를 이날부터 70달러로 낮추는 한편, 애플의 ‘아이폰’ 등 스마트폰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월 100달러에 무제한 음성 및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양사 모두 똑같은 수준의 요금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이처럼 두 회사가 파격적인 요금 깎기에 나선 것은 최근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무선 e메일·웹 서비스 시장을 신규 매출원으로 활성화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양사는 스마트폰 고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데이터 이용을 늘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버라이즌은 3세대(3G)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한 달 10달러에 25MB, 20달러에 75MB 용량의 데이터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드로이드와 같은 고가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브라우징과 음악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고 버라이즌 측은 밝혔다.

조너선 실드크라우트 애널리스트는 “현재 약 300만∼350만명의 버라이즌 가입자들이 이 같은 데이터 서비스에 월 평균 10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AT&T도 무선 데이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멀티미디어 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월 최저 20달러에 웹 브라우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최근 들어 버라이즌과 AT&T는 북미 이동통신 시장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갈수록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AT&T는 버라이즌에 맞서 올 초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대대적으로 보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양사가 비방 광고 논란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벌이는 등 자존심 싸움도 만만찮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