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할인점 가격경쟁, 박수만 칠일 아니다

 지난 7일 이마트가 할인행사 대신 ‘상시 최저가격 판매’라는 선공으로 시작된 할인점들의 가격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이마트가 주요 생필품에 가격 인하를 실시하자 경쟁업체인 홈플러스·롯데마트도 대응에 나서면서 할인 경쟁이 더욱 뜨거워졌다. 매장의 가격표는 매일매일 상대 업체 가격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기 위해 ‘유통기한이 하루’뿐인 상황이 벌어진다. 가뜩이나 경기 위축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생필품에서 시작된 할인점의 가격 경쟁은 이제 디지털 가전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부 품목은 오픈마켓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린다. 일례로 삼보 넷북은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할인 경쟁으로 인터넷몰에 비해 1만9000원이나 싸다. 할인 경쟁이 중단되지 않는 한 가격인하 대상 디지털가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할인점들의 가격경쟁 속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할인점 업계는 위기다. 최근 몇년간 두 자리수의 성장을 거듭했던 할인점 업계는 오픈마켓이 활성화하면서 5%대의 저조한 성장을 이어간다. 더 이상 오픈마켓에 시장을 내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할인 경쟁이 입점업체의 부담으로 돌아가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물류 비용 절감과 과당 광고 자제 등 내부 혁신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가 담보되지 않은 할인 경쟁은 오래 갈 수 없다. 아울러 일부 제품의 가격 경쟁이 중국산 PB 제품 판촉에 이용되선 안된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할인점의 가격 경쟁이 과소비를 부축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할인점은 할인 경쟁 이전보다 손님이 3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당장 필요 없은 제품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마구잡이 구매하는 현상도 벌어진다. 할인점들은 가격 경쟁도 중요하지만 현명한 소비를 유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