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벤처 투자 늘어야 일류기업 나온다

[리더스포럼]­ 벤처 투자 늘어야 일류기업 나온다

불과 10여년 전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이 어떻게 오늘날 브랜드가치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대학원을 갓 졸업한 두 젊은이의 탁월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 등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 뒤에는 불확실한 가능성에 선뜻 2500만달러를 투자한 벤처캐피털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디 구글 뿐이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굴지의 글로벌 IT기업들 역시 벤처캐피털의 과감한 투자를 기반으로 지금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성공의 동반자로서, 자양분을 제공하는 성공의 밑거름으로서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의 IT투자 현황을 보면 조금 아쉬움이 있다. IT벤처에 대한 투자는 2001년 54.6%를 정점으로 해마다 떨어져 2009년 9월 기준 21.5% 수준이라고 한다. 사업화가 용이한 엔터테인먼트 투자는 전년 대비 304억원 증가한 데 반해, IT업종 투자는 356억원이나 감소했다. 아무리 IT산업이 성숙되고 에너지와 바이오 등 새로운 분야가 떠오른다 하더라도, 타산업과 IT의 융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또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가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IT는 그 자체로서 가치를 뛰어넘어 자동차, 조선, 의료, 항공 등 기존 산업과 융합하여 더욱 빛을 발하는 산업이 아니던가. 더구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IT융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융합기술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는 상황을 비교하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IT벤처가 씨앗이라고 한다면 벤처캐피털은 그 씨앗을 키우는 빗물과 햇살이라는 측면에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술력 및 사업화능력, 제품의 시장수요 등 미래 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투자심사능력을 갖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많아져야 한다. IT분야의 변화속도는 가히 빛의 속도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창의적 기술력을 가진 신생기업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IT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다.

 이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지난 2001년부터 IT벤처캐피털리스트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망한 IT관련 기술을 발굴할 수 있는 기술적 안목을 배양하고 투자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가치평가, 자금모집, 사후관리 등의 역량제고 교육이 그것이다. 현재까지 195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이 교육 프로그램은 국내외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IT 트렌드를 반영한 수준 높은 교육 커리큘럼뿐 아니라, 해외선진사례 벤치마킹 등 이론 및 현장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성과로 유망벤처를 발굴하고 공동투자를 추진하는 등 가시적인 결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정말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IT와 IT융합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벤처캐피털 나름대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IT는 우리나라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심산업일 뿐 아니라 지식산업 시대를 이끌어가는 핵심산업이다. 유례 없던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회복되어가는 지금이야말로 벤처투자 활성화에 나설 가장 적절하고 절실한 시기다. 한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IT융합 시대의 조류를 슬기롭게 리드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많이 등장해 투자가 보다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kwchung@nip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