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장관급도 스마트폰으로 바꿨고, 국내 CEO 86%가 연내에 교체할 것이라 한다. 하지만 전화기 이름이 그럴듯하고, 기능과 성능도 좋다고 해서 비싼 돈을 주고 구입했지만 단순 전화로 쓰기엔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구입자는 계속 늘어만 간다. 제대로 쓰기는 할까? 비싼 사전 샀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문득 같은 이용자라도 급수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바둑에도 급이 있고, 주당에도 9단계가 있지 않은가.
먼저 초짜 5급이다. ‘스마트 일반폰’ 단계로 비싼 폰일뿐 전화기로만 쓴다. 너도나도 유행따라 충동으로 사실 어렵사리 구입했는데 메뉴가 왜 이리도 복잡한지, 버튼의 기능을 익히고 전화받는데 하루, 문자 답신하는데 또 하루가 걸린다. 일정관리도 하고 메뉴도 적당히 바꾸어 보려는데 쉽지 않다. 이용요금이 무섭고, 어려운 세팅문제로 끙끙 앓다가 결국 네트워크에 연동도 못하고 피뎅이(PDA)같이 쓴다.
4급, ‘네트워크연동’ 단계. 그래도 스마트폰인지라 인터넷에 연결해 메일도 주고 받고, 동료들과 일정도 공유하는 수준이다. 3G와 위피(WIFI) 연결이 뭔지 모르면 다음 달 요금고지서를 보고 열화가 치밀게 된다. 무제한서비스 가입을 고려하거나, 두 번 다시 무선데이터서비스를 쓰지 않겠다고 작심한다.
3급, ‘이동업무’ 단계. 드디어 중급 입문단계에 오르면 어느덧 초보의 티를 벗어나 나름대로 동료들과 일정공유, 연락처 동기화 등을 마스터하게 된다. 더러는 노력 여하에 따라 위젯이나 기본 화면도 바꾸는 수준에 등극하게 된다. 메일은 이미 익숙해 식사하다가도, 저녁 술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의 깜박임 불빛만으로 메일, 문자가 도착했음을 알고 즉시 답신을 보낸다.
2급, ‘맞춤DIY’ 단계다. 앱스토어, T스토어에도 들락거리며 이것저것 공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작동해 본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설치하다 보니 프로그램이 엉켜 급기야 전체를 리셋하고 주말을 원상복귀하는데 탕진하게 된다. 시스템파일도 과감히 지워도 보고,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르지만 레지 데이터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무림의 아마추어 전문가들이 작성한 설치매뉴얼대로 따라하며 어렵사리 ‘과자(해킹Key의 은어)’를 구해 설치하곤 희열로 가득차게 된다.
1급, ‘마니아’ 단계다. 겁도 없이 펌웨어를 고치고 OS를 업그레이드한다. “펌웨어 변경 등에 발생하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제조업체의 경고도 무시한다. 나름대로 자작 애플리케이션과 유틸을 만들어 스토어에 등재한다. 가끔 돈도 벌게 되나, 대부분 꽝이다. 어느덧 포럼에서 성실 멤버 이상의 도를 득하고 프로그래머 사이에서도 나름 이름을 날린다.
우스개삼아 스마트폰 유저 등급을 제시해 봤다. 정부에서는 인력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뜬금없는 생각이지만 국민 모두 스마트폰을 갖추고 사용 급수를 한 단계씩만 승격하면 또 한 방법의 인력양성이 아닐까? 모바일 시대가 외국에 비해 한 2년 늦어졌다고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그네들보다 더 잘 쓰고 더 잘 만들면 되지 않을까? 우린 저력이 있다. 스마트폰으로 갈아 타는데 추가 월2만원 정도의 수업료는 미래 IT세상을 살아가는데 결코 낭비가 아니라고 본다.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 RFID/USN센터장 ssc@ru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