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의 상호운용성

[월요논단]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의 상호운용성

 영국 서부 항구도시 리버풀에서 공업도시 맨체스터를 연결하는 45㎞ 길이의 철도는 세계 최초의 증기기관 철로다. 1830년 개통된 이 철도는 1422㎜(4피트 8인치)의 궤도 폭을 가지고 있었다. 최초의 철로다 보니 이후 다른 철로들도 이 궤도 폭을 따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초기 철도 부설 당시에는 지형이나 지반, 수송물량 등에 따라 다양한 궤도 폭이 도입됐다.

 그러나 철도 운송 물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인적 이동도 활발해지면서 궤도 폭이 다른 철도 구간 사이의 단절이 큰 문제로 떠올랐다. 궤도 폭이 변경되는 단절 지점에서 승객과 화물의 환승, 환적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시간과 비용 면에서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철로 안쪽 또는 바깥쪽에 추가로 레일을 설치해 기존 레일 가운데 하나와 추가 설치한 레일을 활용해 두 가지 바퀴 폭의 열차를 운행하는 방법이나, 궤도는 그대로 두고 객실과 화물칸만 들어올려 새로운 궤도로 옮기는 방법 등이 개발됐다. 일종의 ‘상호운용’인 셈이다.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이 같은 경우가 더욱 자주 발생한다. 특정사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문서를 다른 회사의 워드프로세서에서는 열어볼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IT 산업에서는 표준 채택이나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 공개 등을 통해 ‘상호운용성’을 확보한다.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가 서로 다른 표준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IT 산업에서도 상호운용성 확보가 중요하다. 정보의 가공과 전달,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IT 산업의 특성상 제조사에 관계없이 제품 간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윈도7이 설계 단계부터 다양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기들 간의 상호운용성을 핵심 가치의 하나로 삼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IT업계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폰이다. 컴퓨터와 휴대폰이 하나로 합쳐진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음성전화는 물론이고 이메일 검색과 인터넷 접속까지 할 수 있어 진정한 유비쿼터스 시대를 여는 핵심 정보기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주요 IT기업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단말기 신제품과 윈도폰, 심비안,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 다양한 스마트폰 운용체계(OS)까지 각축을 벌이는 모습은 ‘스마트폰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릴 만하다.

 각자의 특징과 장점으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철도시대 초기 저마다 사정에 따라 다양한 궤도 폭의 철로를 부설하고 노선을 연장하려 경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화물을 수송해야 할 때는 넓은 궤도가 산악지형에서는 좁은 철로가 유리한 것처럼 스마트폰 제조사가 적용한 기술이나 채택한 OS, 사용자의 요구 등에 따라 서로 다른 규격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PC 등 기존 정보기기 및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방대한 콘텐츠까지 단절 없이 연결돼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스마트폰이 이름 그대로 스마트한 정보기기가 되기 위해서는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신제품 출시 못지않게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제임스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 jameskim@micro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