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다니면 20대보다 30대 고민상담이 압도적이다. 30대는 진로부터 개인 사(事)까지 공사다망(公私多忙)한 시기이다. 20대에겐 아직은 신참이라 실수도, 실패도 용인하고 넘어가 주지만 30대엔 "너 지금 몇 년 차야?"라는 지적을 감내해야 한다. 더 이상 신참도 아니지만 40대 베테랑이 봤을 땐 아직도 미숙하고 어정쩡한 시기라서 꾸중도 잦다. 게다가 상사의 지적보다 후배 앞에서 바보 취급 당하는 것이 죽기보다도 더 싫다. 직급이나 연봉에서도 미묘한 격차가 예견되어 동기들과는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 되었다. 앞 숫자가 3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결혼에 대한 압박은 세지고, 그 바람에 불려나간 소개팅에선 내 연봉이 시세에서 얼마나 밀리는지 객관화된다. 쫓기긴 하는데 어디로 달려야 할지는 모르겠고, 갈팡질팡 하는데 갈래 길은 모두 막힌 느낌이다. 결혼을 했어도 처자식이 무겁고, 결혼을 안 했어도 앞날이 묘연하다. 경력 5년차 커리어는 언제 어느때 곤두박질 칠지 모르니 잘나가도 불안하다. 일이 지겨워지는 시기와도 맞물려 멈춰야 할지 밀어 부쳐야 할지 고민하다 밤을 지샌다.
30대는 누구나 이런가 보다. 나만 이렇다고 여기고 주눅 들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렇다고 여기며 의연하자. 초조한 때에는 멀리 보고 심호흡을 해야 한다. 밀려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각오하고 견디는 것이다. 30대는 일터의 싹을 키우는 시기이다. 어느날 갑자기 귀가 뚫려 영어가 귀에 들리고, 어느날 갑자기 죽순이 올라 하루에 60cm만큼이나 자라는 대나무는 하루아침에 그리 된 것이 아니다. 지난한 기다림의 세월이 만들어 준 결과물이다. 결과를 내야 하는 시기도 있지만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시기도 있다. 30대는 결과에 연연하기 보다 과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