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AT&T, 가입자 유치 ‘대격돌’

버라이즌와이어리스와 AT&T 간 미국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전이 점입가경이다. 특히 AT&T가 파는 애플 ‘아이폰’에 큰 상처를 입은 버라이즌이 모토로라 ‘드로이드’를 내세워 출혈(이익 폭 하락)을 불사하는 공세에 나서 주목된다.

26일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버라이즌의 순증 고객이 약 150만명으로, AT&T(180만여명)를 바싹 추격했다. 이 가운데 두 회사가 맞불을 놓았던 선불 통화 시장에서 버라이즌 새 고객이 100만명에 달해 AT&T(110만명)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버라이즌이 내놓은 ‘드로이드’가 격차를 줄여놓았다는 게 현지 시장분석가들의 분석. 이들은 이동통신 신규 가입자 유치경쟁에서 버라이즌이 곧 AT&T를 따라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분기 320만명이었던 AT&T의 ‘아이폰’ 새 고객 규모가 4분기 260만명으로 줄어든 것도 이러한 예측의 밑거름이 됐다.

퍼시픽크레스트시큐리티스의 시장분석가인 스티브 클레멘트는 “‘아이폰’ 인기가 조금 시들해진 것 같다”며 “지난해 4분기 버라이즌의 ‘드로이드’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버라이즌은 그동안 ‘가입자별 월 평균 수익(ARPU: average monthly revenue per user)’의 하락을 불사하며 고객 확대에 힘썼다. ‘드로이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판촉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월마트에 무제한 선불 통화 서비스인 ‘트랙폰’을 내놓아 새 고객 45만명을 모았다.

미 시장분석가들은 이처럼 과중한 마케팅 비용이 버라이즌의 지난해 4분기 이익 폭(마진)을 47.2%(2008년 4분기)에서 45.4%로 1.8%포인트 떨어뜨렸다고 전했다. 지난해 3분기 이익 폭인 46%보다도 0.6%포인트 하락하는 등 수익 구조를 흔들었다는 것이다.

AT&T도 선불 통화 상품뿐만 아니라 아마존닷컴의 전자책(e북) 단말기 ‘킨들’을 쓰는 고객을 50만명이나 확보하는 등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별 월 평균 수익 저하를 불사하며 새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주력했다.

제프리스&코의 시장분석가 조나단 쉴드크라우트는 “이동통신 산업계 무게가 선불제 상품 등에 쏠릴수록 가입자별 월 평균 수익이 떨어질 것”으로 풀어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